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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평 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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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영 Grace H Jung Jun 29. 2024

뒤덮인 개나리

양평 사생 1

2024년 04월 09 – 30일 
양평 복포리 강변 


양평 복포리 강변 _2024. 04. 09


오랜만에 수채 도구를 들고 나와 야외에서 그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양평의 강변에 나오니 하늘은 파랗고산은 푸르고물은 맑고


풍경이 이토록  자체로 아름다우면 나는 무엇을 그릴  있을까 당혹스럽다어떻게 그려도  온전함을 담을  없을 듯하기에

 

<양평 복포리 뒤덮인 개나리> 종이에 먹, 18.5 x 25.6cm, 2024


한참을 둘러 찬찬히 보니  눈에 밟히는 이질적인 것이 있다싱그러운 자연인  알았던 강변은봄이 완연한  계절에 퍼석하게 마른 황갈빛 덩굴이 뒤덮고 있다근자에 외래종 덩굴이 우리 환경을 침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그것일까

 

자세히 보니 엄청난 두께로 뒤덮은 덩굴 덩어리를 뚫고 나온 얇은 줄기 하나가 보인다그리고   노란 꽃들개나리구나 죽음의 무게를 이겨내고 빛나는 생명이라드로잉을   빠르게 그려보고 자리를 잡고 앉아 수채화를 시작했는데 바람에 벚꽃 잎이 날려온다

 

_2024/04/09 

 

<양평 복포리 강변 뒤덮인 개나리> 종이에 먹, 21 x 31cm, 2024



<뒤덮인 개나리> 수채화 과정 _2024/04/09


깨끗한 

녹빛을 입기 시작한  

노니는 오리들

 

멀리서 보는 

우리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강변 

뒤덮은 마른 갈색 덩굴

 

 사이를 비집고 나온 

 줄기 노란 개나리

 

_2024/04/21   

 



<뒤덮인 개나리> 수채화 과정 _2024/04/24


해는 져가고 수채화를 한창 마감하기 애쓰는데 거룻배를 타고  어부가  풍경  강에 자리하고, 넣어둔 그물을 걷어낸다이미 수채로 많이 칠해진 화폭에 담기엔 늦었던 터라 그저 두었는데 현장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인가수채화를 잠시 밀쳐두고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아차이미 일을  끝냈던가어부는 배를 빠르게 몰아 사라진다빠른 크로키  몇으로 흔적만을 담았다


_2024/04/24 


<양평 복포리 강 어부> 종이에 먹, 18.5 x 25.6cm, 2024




<뒤덮인 개나리> 종이에 먹과 수채, 22.9 x 30.5cm, 2024


손이 점점 느려진다

닮게 그리려는가무엇을 그리려는가.


닮게 그리고 싶다는 욕구와 

보이는  이면에 있는 무엇,

 애초에 잡아끌었던 그것 

표현해내고자 하는 소망 사이 


붓질은 더욱 느려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_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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