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고 May 29. 2022

어린이 동료조언자

우리가 학교에 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에 관하여

영국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 아들은 학교 내에서 어린이 상담 조언자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한 달에 두 번 매주 수요일마다 점심시간에 밥을 후다닥 챙겨 먹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포기하고 부 교장실에 앉아 2인 1조 팀이 형성된 어린이 동료상담조언사의 일을 수행한다고 한다.


어린 친구들이 과연 동료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할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매번 궁금해 그 임무를 하는 수요일이 되면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주며 물어본다.


Peer Mentor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생소한 단어라 먼저 사전 검색을 했고, 그 의미는 "동료 조언자"라는 의미였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전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았단다.  동료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피어 멘토를 믿고 하는 이야기이기에,  어렵게 이야기를 한 친구의 스토리는 비밀로 지켜주는 게 원칙이며, 잘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일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어린 아들이 학교에서 맡은 일중에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은 나에게 익명으로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동료들의 스토리를 간간이 말해준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는 간접적인 경험들을 겪으며, 나름 10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총동원하여 나름 귀여운 조언을 해 주는 듯하다. 

초등학교의 고민이 무엇이 있을까 싶은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관계로 인해 마음이 다치고 그 안에서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역력함을 알게 되었다.

가령,

난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은데 무리의 친구들은 나를 무리에 껴주지 않는 관계

가깝게 놀았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는 나에게 대면대면해서 마음이 힘들다는 고민...

이런 또래들과의 갈등과 고민을 이야기해주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내심 "어른인 우리도 이런 고민을 하는데..". 생각하며 우리 아가들도 쉽지 않구나. 짧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집에 와서 아이가 이야기를 했다.

오늘 저학년 여자 동료 친구가 왔는데 엄마 아빠가 이혼 준비를 해서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단다.

우리 아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듣기만 했다고.

우리 아이는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슬프고 불안한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해주었단다.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지만,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자기의 심정을 토로하고 싶었고, 그 앞에 우리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 불안감을 우리 아이가 공감해 주는 그 마음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나 싶다. 말미에 아이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는 항상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어른들의 관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성장하는 아이들의 감정의 골까지 미쳐 들여다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마음의 헤아림을 받지 못한 아이는 동료에게 위로받고자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 상황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는 이 역할을 통해 또래들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왜 우리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배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현시점에서 학교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싶다.

각 개개인의 미성숙한 다름의 존재들이 만나 배움과 성장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동반자 관계가 형성이 되고 그 안에서 각자 성장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학교 안과 밖의 관계의 갈등 속에서 부딪히며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훈련받는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는 것을 자랑하는 구조가 아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부각해주고 알려주는 곳이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가르쳐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과거보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 부는 날 독립선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