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의미

연봉 5500만 원 신입사원의 월급에 대한 고찰

by 채길는봄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 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정말 행복할까? “


“취업시장이 이렇게 어려운데 일단 취업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


취업의 숙제를 안고 있었던 시절,

직업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제법 냉철했다.


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이 되면 싫어지기 마련이기와,


좋아하는 일을 쫓다

이도저도 되지 못하는

철없는 청춘의 결말을 맞이하리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똘똘 싸매어진

마치 겁 많은 돌덩이 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하고 힘들었는지, 참 많이 울고 마음 졸였던 취준 기간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전략적 실행이었는지 몰라도

어쨌든

개인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한 채

현실적 계산으로 이루어진 취준 덕(?)에


나는 졸업 전,

흔히 대기업이라 불리는 곳에

문과생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기부터 시작이었다.


나의 적성과 좋아하는 것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취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만큼이나

큰 고통이 되었다.




회사원이란 결국 이런 걸까.


천근이 만근인 출근길의 유일한 버팀목, 매머드 커피 한 잔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하늘을 찌르고

눈물은 왈칵왈콱 쏟아지고

지끈한 두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해

사직서를 날리려 할 때쯤이면,


월급날이 뚜벅뚜벅 제 발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월급,

그 모든 척력을 매일 같이 참아낸 알량한 대가.


무성했던 생각에

또 다시 큰 짐이 내려 앉는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




나 자신을 내가 먹여 살릴 수 있고,

그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독립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은


제법 큰 효용감을 주지만,

그 효용감은 또다시 무거운 책임감이 되기도 한다.


한 달의 대부분을

꼬박 회사에 헌납하는 조건으로

받는 400만 원 가량의 돈은 결국,

더 많은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나의 젊은 날의 시간과 맞바꾸는 대가이겠지.


회사원이란 결국 이런 것이겠지만,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와

당장의 월급을 맞바꾸고 있다는

제법 무서운 교환의 현장(!)에

자주 겁이 나고 때론 두려워진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답이 아니라는 어려운 생각.

마음이 답답할땐, 청계천에 간다.


나 또한 한 달에 200만 원이 안되던 월급을 받던

인턴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한 달에 딱 50만 원 만 더 받는 것이 내 삶의 엄청난 변화를 주리라 생각했지만,


돈이란 참 상대적이고

사람이란 참 간사하기에


50만 원 더 벌면 60만 원 더 쓰게 되고,

60만 원을 더 써보면

80만 원 100만 원 쓸 용기(!)도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이익 창출에 눈이 시퍼런 회사에서

돈을 더 준다는 말은,

그만큼 일을 더 시킨다는 말이고,


그만큼 더 버는 값에는

감내한 정신적 고통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하는

각종 쇼핑과 자극적인 음식, 술 값이 포함되어 있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란 참 무섭기도 하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쫓고 싶다가도

IMF 이후 최고 실업률을 달성하는

살얼음판 같은 취업난 속에

“행복을 찾아 떠나리라”며 당당히 사표를 던지는 것이

갈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어린 마음이란 생각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들 하고 싶은 거 하며

산다는데 쉽사리 용기 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이대로 지나가는 시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간

영원히 그려지지 않는

나의 10년 뒤, 20년 뒤가 참 갑갑하기도 한 요즘이다.




어쨌든,

첫 사회생활로 그리 적지 않은 월급을 받더라도


여전히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며


이 모든 고민의 답을 찾을 새도 없이

하루하루는 바삐 지나가고 있다.


이 시절에 누구나 겪는 사춘기 같은 고민인지,

해답이 있는 걱정인지,

나는 도대체 무얼 해야 하는지.


무어라 한 마디 건네줄 어른이 계시다면,

간절히 조언을 요청해 보며 이만 글을 줄인다.


나에게는,

정말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