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진 척력을 이겨내면 무엇이 남을까

가진 것은 놓지 못한 채 아쉬움만 쌓여가는 여름날에 대한 이야기

by 채길는봄


여름, 길


때론 일상을 견뎌낸다는 것이

숙제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무더운 햇빛이 지겹게도 환한

여름날을 살아낸다는 것,


무수히도 지나왔을 그 길을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밟아낸다는 것,


수도 없이 들었던 그 모든 소리를

또다시 맞이한다는 것.

여름날의 더위 때문인지

지겹도록 돌아가는 일상 때문인지


이 모든 것이 때론

마음이 무겁도록 벅차게 여겨질 때가 있다.




꽤나 복잡한 한 달이었다.


삶에 대한 척력은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사람을 향한 벽은 자꾸만 쌓아가게 되고,

마음은 지쳐만 가는 날들을 차곡차곡 지나오고 있었다.


이따금 이유 모르게 불끈불끈 힘이 솟아오르는 날도 있었으나


대체로 갑작스레 찾아오는 빗줄기에 휩쓸려가기도 했고,

너무나도 나약한 나는 쉬이 풀이 죽고

마음이 작아지기 십상인 한 달이었다.


누가 나의 여름이 이토록 힘들 것이라 말해주었더라면,

나는 감히 이 계절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장마는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지고 용기를 잃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나의 첫 사회생활을 함께한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



모두가 저마다의 힘듦을 붙잡고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이토록 잘 버티는 서로가 있기에

오늘 만나 이렇게 웃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훈장 같기도, 씁쓸하기도.




좋은 것은 또 있었다.


선물 준 마음만큼이나 달콤한 깜짝 초당옥수수라든지,



한참을 길을 헤매다 만난 풍경이나,



금요일 저녁 차려먹는 나만의 진수성찬,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의 브런치,



조금씩 늘어나는 운동 시간이나,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마음에 쏙 드는 문장 같은 것들.


커다란 성취가 없었던 (어쩌면 이루어내지 못한)

한 달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늘 빼꼼히 좋은 순간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이 모든 좋음을 잊지 말아야지.

이 모든 따뜻함을 한껏 즐겨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나만 더 이루면,

조금만 더 나아지면,

이것만 해결되면,


그 수많은 '면'을 지나면

인생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만


이 또한 나의 오만이자 성급함이었음을 깨닫는 유월이기도 했다.


여전히

두렵고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는


무엇을 채워야, 또 무엇을 비워내야 그제야 제자리에 서게 될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머리가 지끈한 한 달이었다.




그 모진 척력을 견디고 나면 무엇이 남을지,

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지,

그 끝을 안다면 나는 계속 달릴게 될지,


많은 것이 궁금했던 올해의 유월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을까.

언제쯤 이 모든 무게를 가뿐히 짊어질 수 있을까.



일단, 스스로에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