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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구 Feb 08. 2023

입춘(立春) 즈음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     


입춘에 맞춰 누군가 카톡으로 보내온 한 줄 글에서 봄을 느꼈다. 물러설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살짝 눅은 듯도 하고,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도 제법 녹아 올록볼록 움찔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따뜻한 한마디가 훈풍으로, 봄볕으로 왔다.      


볕이 데워지고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 봄이 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동장군은 시나브로 꽃샘추위가 되고 만다.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봄은 오는 법이다.      


겨우내 주저앉아 있었다. ‘인생의 문제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어서지 않는 것이고, 넘어질까 두려워 아예 걸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겨우내 앉아있었다. 추운 것이 싫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곪을 줄을 뻔히 알면서 앉아있기 위해 딱지를 떼어내고, 다시 덧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다. 아물만하면 또 그리하였다. 적당히 곪은 상처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숨기기에 제격이었다. 더러 가망 없는 무정란을 품고 부화를 꿈꾸기도 했다. 무엇이든 품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보낸 겨울은 유독 춥고 길었다.


입춘 이후 나흘이 지났다. 유난했던 겨울인지라 ‘봄’이라는 말만으로도 반갑고, 가만히 뱉어보는 ‘입춘’이라는 입말에선 훈김처럼 온기가 퍼진다. 동장군은 주춤거리고, 해는 사뭇 길어진 것 같다.     


워낙에 엄동이어서 아직은 그럴 리 없겠지만, 담 밑 양지의 목련이며 매화 가지 끝 꽃눈들이 훌쩍 부푼 듯도 하다. 아니, 분명 그럴 수도 있겠다. 미소(微小)한 봄기운에도 성급히 깨어 움찔대고 몸부림하는 녀석 한둘쯤 있는 법이니까.      


입춘 즈음, 아직 춥지만 깨어날 것은 그렇게 깨어나고 일어설 것은 또한 그렇게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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