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와서 안겨~!
-아이야! [아니야]
-(두 팔을 벌리고 최대한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 발사) 엄마한테 와서 안기면 엄마가 치카치카해줄게~ 어서 와~!
-아이야!
-(심호흡 한번 하고) ‘누가 씻을까’ 책에서 누가 치카치카하더라?
-아거 [악어] (대답은 또 한다)
- 응, 악어지~ 우리도 악어처럼 치카치카 하자.
- (펼쳐 놓은 책을 쳐다보긴 한다. 흐느끼기 시작)
- 있음아. 언니는 눈 주위 감각이 예민해~ 어렸을 때, 목욕하는 날에 언니가 진~~ 짜 힘들어했어. 눈에 거품이나 물이 닿는 게 무서워서. 있음이는 입 안 감각이 예민해~ 그래서 치카치카가 힘든 거야, 치과 가서 힘든 거보다 나으니까 엄마랑 하자~?
- (가만히 앉아서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엄마 입술이며 표정을 찬찬히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
이렇게 싫어하는데, 양치질을 하지 말아야 하나?
첫째를 겪어보니, 5세만 되어도 충치가 있다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겠더라. 무서워하기는커녕 진료 중 의사 선생님과 대화도 시도하고 불소도포도 마쳤다.
이런 첫째도 3세 무렵에는 병원 데리고 가기가 겁이 날정도였다. 안아서 진료 보려 하다가 발버둥을 쳐서 의사 선생님 손을 차 버린 적도 있었다. 아이가 혹시 남자 선생님이라 더 무서워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소아과도 여 선생님을 찾아 차로 20분씩 달려야 가는 곳으로 다녔다. 역시 성별도 영향이 있었다. 훨씬 수월해졌다.
3세 4세에 충치가 생기면 병원에서 아이를 꽁꽁 묶어서 치료할 수밖에 없다. 우리 두 아이 기질은 그렇다. 이 시기만 지나자. 그러니 내가 악역을 하자.
엄마 껌딱지인 있음이에게 나라는 존재가
두렵고 공포스러운 대상으로 바뀌는 1분.
우는 아이 입안으로 칫솔을 넣으면
아이는 그 칫솔을 잡는다.
그 손을 내가 다시 꽉- 잡는다.
양치가 끝났다. 칫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아이를 돌려 꼭 안는다.
천천히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켜본다.
가쁜 숨을 고르는 것 같더니, 다시금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운다.
말로 마음을 표현해본다.
“우리 있음이, 힘들었구나. 아팠구나
아파도 엄마 다시 꼭 안아줘서 고마워.
아픈데 하게 해서 미안해.
내일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게 된 거 축하해.“
오늘은 많이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인지와 기억력이 좋아지면서 더 몸에 힘을 주며 버텼으리라. 아이는 서운함에 옹알이를 쏟아낸다.
숨소리가 가쁘다. 흐느낀다.
양치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 더 힘들어하는 듯하다.
달님이 창밖에 왔나 보러 갈까?
-응! (다시 웃는다)
이 창문에 왔나? (안아서 살짝 기울인다)
-아이야~ (다시 웃어서 내 마음이 조금 풀어진다)
아이 이가 나기 전부터 거즈 손수건으로 입안을 닦아줘야 한다고 한다. 8개월 무렵 처음 시도할 때도 ‘싫어하는구나’ 하고 눈치챘었다.
언어가 느린 아이들의 경우 입 안 감각이 예민하거나 둔감하다고 하더니, 있음이는 전자다.
싫은 감각도 두 배로, 좋은 감각도 두 배로 느낀다.
내일 있음이가 좋아하는 사탕도 주고, 맛있는 음식도 더 챙겨주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