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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Feb 27. 2023

여행과 인턴, 선택의 기로 앞에서

WWOOF: 영국 시골농장 여행기 #2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유럽 여행과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해야만 한다는 인턴.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인턴을 선택했다. 유럽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던 참이다.



어느 날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단한 안부를 나눈  교수님은 나에게 회사  곳을 소개해주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절하려 했지만 이번 기회에 이력서랑 준비해 보고 면접도 경험해 보면 좋을 거라는 말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주위에 이력서 한번 안 써본 애는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여행에 아무 차질이 없을 만큼 강한 확신이 있었다.


‘설마 내가 뽑히겠어?’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강한 확신은 대부분 착각이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음 주부터 출근을 앞둔 인턴이 되어 있었다.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예린이한테 뭐라고 말하지?’


그렇게 마음을 질질 끄는 사이 며칠이 흘렀고 이제는 예린에게 사실과 사과를 전해야  때가 왔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예린아, 내가 며칠 전에 인턴 면접을 봤는데 합격했어.”

“잘됐네. 거기 다니고 싶어?”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그래. 그럼 가야지.”

예린은 원래 혼자 갈 예정이었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나는 미안함에 마치 가시 방석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잠깐의 침묵 후 예린은 말했다.


“근데 불안함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예린은 내 정곡을 찔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느 때보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얼떨결에 손에 얻은 인턴 자리는 행운과 같았다. 여행과 인턴, 휴식과 노동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 속에서 점점 불어나는 불안함만 없애준다면.


“예린아 나 잘할 수 있겠지?”

“무슨 일 년 동안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세 달이면 금방이야. 그리고 만약에 못 다니겠잖아? 비행기 표 끊고 유럽으로 와.”


예린의 덤덤함에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 나는 하하하-하고 웃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머리가 멍했다. 언제는 선택지가 없어서 곤란했는데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니. 역시 무계획이 계획인 건가?



앞으로 세 달 동안 내가 머물 곳은 유럽이 아닌 서울의 어느 사무실이 되었다. 배낭 여행자가 아닌 인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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