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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Mar 07. 2024

39. 마지막 수업

시험은 망쳤지만 수업은 계속되었다.

제빵 수업의 커리큘럼을 모두 마치고 제과 과정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보통 디저트류나 케익 정도로 알고 있는 제과 과정의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도 내겐 빵이 부풀어오를 때 느껴지는 그 신기함의 매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난생 처음 둥그런 케익도 만들어보고 마들렌,롤케익, 다쿠아즈 같은 것도 만들어봤지만 좋아하는 만큼 흥미가 간다는 말이 맞다는 실감을 했다.


수업시간에는 직사각형의 네모난 테이블에 마주 서서 협력을 해야했기 때문에 얼굴을 서로 마주볼 수 밖에 없었고, 몸을 움직여 서로의 동태나 동선을 파악해 호흡을 맞춰가는 작업이었기에 팀웍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잘 맞거나 안 맞거나 둘 중에 하나로 귀결되는데 시간 내에 결과물을 뽑아내려면 어떻게든 불화를 봉합해야만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된다.

두번의 여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배정된, 이대남 두명과 인자한 언니로 이뤄진 우리 조는 날이 갈수록 점점 대화하는 빈도나 양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웃음이 넘치고 화기애애해졌다.

그런 분위기는 서로 협력해서 제과류를 만드는 데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고, 서로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하면 결과물이 꽤 잘나왔다.

설령 결과물이 안나온다 해도 누구 하나 원망하거나 쌔한 느낌 없이 이 정도면 잘한거다 하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그런 선순환은 모두에게 유익했고 결과도 좋았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긴장감 없이 부드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모든것들은 익히 회사에서 알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일하면서 그들도 나도 상대에게 칭찬 한번 맘 좋게 해주는 사람이 드물었고, 잘못되었다고 평가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간간이 악에 받친 사람들 틈 사이에 끼어있다 보면 나의 눈 근육도 바짝 긴장한 상태가 되어 온 사방을 노려보듯 바라봤고 그런 세상이 마냥 따뜻할 리 없었다.


갑자기 제과제빵의 시공간으로 넘어온 나의 주변에는 전에 알던 미디어상의 MZ세대가 아닌, 나보다도 더 뚜렷한 목표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친구들이었고 나이가 많은 내게도 잘 할 수 있다면서 용기를 주는 친근한 친구들었다.


빵을 만들면서 중간중간 다른 조의 결과물들을 구경하며 얘기를 건네고,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스몰톡을 나누는 그런 사소한 시간들이 층층히 쌓이다보니 어느 새 우리 실습실의 분위기는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빛만큼 환해져 있었다.


2022년 6월 20일, 우리의 제과제빵 수업은 마지막을 맞이했고, 인자하고 훌륭한 선생님과 우리모두를 따뜻하게 응원하며 웃는 얼굴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이대로는 분명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발랄한 이십대 몇몇 친구들이 쫑파티를 하자는 의견을 줬고 곧이어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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