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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4시간전

영원한 건 없다

“과장님. 인사 발령 보셨어요?”

홍대리가 아침부터 미리의 얼굴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어. 아니. 무슨 일인데?”

미리는 컴퓨터를 키기 전에 상황 파악을 하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는데 어딘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곧이어 그녀는 사내 게시판의 인사 발령을 확인하지 않고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고부장이 파티션 너머 고개를 들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직원들을 쳐다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부장 쪽을 조심스레 살펴봤다.

축 늘어진 목이 책상 아래를 향해 꺾여있었고 곧이어 그는 힘이 풀려있는 팔을 애써 들어 올리며 서랍을 열었다.

마무리가 안된 채 서랍에 누워있던 파일들이 하나 둘 책상 위로 올려지기 시작했고, 그는 다시 서랍으로 손을 밀어 넣어 더듬더듬 잡동사니들을 꺼내더니 박스 안으로 넣었다.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그 분위기는 각자 자기 일에 집중해서 조용하다기 보다는 일부러 숨을 죽인 듯한 침묵과 가까웠다.

미리는 눈 앞에서 본 고 부장의 그러한 행동이 뭔지 충분히 알 것 같았지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명확히 눈으로 확인해야 했고 자리에 앉아 허겁지겁 사내 게시판을 열었다.

‘부장 고규호. 12월 1일자로 팀장 보직을 면한다.’


머리가 얼얼했다. 

어쩌면 속으로 그토록 바래왔던 일이었는데 뇌 신경이 갑자기 늘어진 듯 사고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과장님. 갑자기 이렇게 될 줄 몰랐네요. 그나저나 다음 팀장으로 누가 올까요?’

홍대리는 미리에게 말을 건넸지만 미리는 머리가 복잡해져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란. 한 사람의 결말을 그다지 애석해하지 않고 새로운 걸 걱정하는 존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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