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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10. 2024

2023. 3. 25. 11:08~11:19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늦어서 가방 지퍼도 잠그지 못하고 마구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시간을 벌기 위해 다음 정류장까지 전력 질주. 혹시  떨어진 것이 없나 기웃기웃 두리번두리번한다. 마스크 없는  토요일. 사람들이 많은데 나만 마스크를    같다. 정신이 없어 마스크를 챙겨 오지도 못했다. 가죽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굴러다니는 마스크가 하나 있다.


의외로 흰머리의 70대 운동화 차림의 안경을 쓴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사람들의 옷 색깔이 베이지, 연한 핑크, 브라운이고, 파란 가방에 흑백 줄무늬 바지로, 지난주보다 한층 밝아졌다. 옅은 핑크 카디건을 입은 20대의 여자는 마스크를 손목에 걸치고 있다.


아이 둘과 나온 부부. 내 앞자리 아빠와 함께 탄 아이는 그림책을 읽고 있다. 엄마의 가슴엔 선글라스가 걸려있고, 분홍 스니커즈를 신었다. 그림책을 읽던 남자아이가 자기 손만 한 장난감 총으로 나를 쏜다. 내가 미소 짓자 쑥스러운지 길거리 떡볶이집으로 시선을 옮기며 의자 등받이 사이로 숨는다.


마스크를     사람. 최근에 머리를 자른 듯한 30대의 남자.  위를 많이 밀어 생살이  보인다. 남자는 감색  남방을 입었는데 더웠는지 팔을 걷어 올린다. 분홍 스니커즈 엄마가  쏘는 아이에게 손가락질하며 고개를 절래절래한다. 총아이가 어떤 아저씨의 머리에 대고 총을 발사하자,  아빠는 아이의 머리를 눌러 의자 등받이 너머 심연으로 사라지게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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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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