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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10. 2024

2023. 4. 1. 11:06~11:22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지금까지 버스를 타 본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탔다. 25명은 족히 되어 보인다. 19도가 넘는 날씨에 벚꽃 개화가 빨라져 다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외출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마스크는 30퍼센트 정도 안 쓴 것 같다. 고른 연령대의 사람들이 탔지만 대부분 MZ세대다. 나는 오늘 노란 주름치마를 입고 싶었지만, 저녁에 상암동의 엄숙한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야하는 일정에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다음 주가 여의도 벚꽃축제 기간으로 잡혀있지만, 이번 주말이 꽃을 보기에는 최고의 나들이 기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드럼 수업 2분기 등록을 해야 해서 일찍 나가려 했지만, 도대체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무슨 뜬구름을 잡고 있는지 항상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 앞에 멈춰 선 버스. 50명은 족히 이 작은 버스 안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찌 복지시설도 세대별로 나누어 세대 간의 만남과 대화를 못 하게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계곡물 급물살 타듯, 문래역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하차한다. 2호선의 위력.


문래역 밖에 여장을 한 남자가 서 있다. 핸드폰으로 행선지 혹은 무언가를 찾고 있다. 옆자리에 탄 사람들이 낄낄 웃는다. 그들은 밖에 서있는 그 사람을 보며 웃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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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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