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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20. 2024

교보문고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에

포토 에세이 '로드 무비: 유럽에서 문래하다'가 선정되었습니다!


오늘은 부담 없이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수 차례의 교정, 교열 없이 그저 적어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환절기 탓인지 신경성이 가져온 기력 쇠약인지, 오늘은 글을 쓰며 쉬어가려 합니다.


포토 에세이 '로드 무비: 유럽에서 문래하다'의 1쇄를 인쇄소로부터 받아본 건 올해 1월 4일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좁은 집에 500권이 넘는 책이 도착하자 집 구석구석이 가득 채워져 갔습니다. 500권이 넘는 책은 겨울옷을 내어 놓아 잠깐 비워진 소나무 궤짝 안을 빼곡히 채워갔고, 겨울옷을 다시 들여놓기 전 봄에 반드시 그 궤짝을 비워야 한다는 어떤 목표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월 중순을 지나며 '작은 출판사' 그린탠저린은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과 신규 거래를 체결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고, 배워갔고, 맞닦뜨렸습니다. 2020년 서울로 이사와 책이란 것을 개인 작업, 공동 작업으로 7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세상, 진짜 서점, 진짜 독자를 만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2월 4일 교보문고의 첫 발주가 있었고, 그 뒤로 예스24, 알라딘의 발주도 뒤따랐습니다. 대형서점과 거래를 해본 독립출판 작가들의 블로그와 브런치 글을 찾아보며 하나하나 따라 했습니다. 책 1종 판매를 하는 작은 출판사 그린탠저린에게 서점 물류센터에 책을 보내주는 배본사는 사치처럼 느껴졌고, 주문이 올 때마다 5부, 3부, 1부, 2부, 모두 제 손으로 포장해 파주 물류센터로 보냈습니다. 각 서점의 협력사네트워크 SCM 사용에도 점점 익숙해져, 어느 지점에서 몇 권이 팔렸는지, 책을 어떤 분들이 사는지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예스24의 리뷰어클럽에서 리뷰어를 20분을 모집해 리뷰를 받아보았습니다. 리뷰어 19분으로부터 평균 9.1점이라는 과하고 감사한 점수를 받아 지금은 마음이 평안하지만, 때때론 리뷰어님들이 툭툭 던진 글에 며칠 동안 상처받아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서점 매대에 책이 놓인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무렵, 감소하던 책의 판매량이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홍보비를 사용할 수 없는 작은 출판사에게 리뷰어님들의 글이 그나마 홍보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점에서는 매대에 놓인 책을 모두 판매하면 더 늘여놓을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3월이 되자 더 이상 새로운 발주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 냉정한 신간의 세계여!'라고 생각하며 한 달만 반짝하고 소개되는 작은 출판사의 한계와 작은 작가의 한계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갔는데, 비치되었던 저의 모든 책은 팔려 제 책은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다른 신간들이 매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도서검색대에서 책을 택배 주문 하려고 해도 파주 물류창고에도 재고가 없어 책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파주에 책 몇 권이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책을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니, 내 책을 사고 싶은 독자가 책을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용기를 내 서점 담당자님에게 발주 요청 메일을 넣었고, 곧 추가 발주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뒷날,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책 판매가 저조했던 지점에서 다량의 물량을 가져가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책의 재고 위치를 파악하자, 그것은 다름 아닌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이라는 코너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이제 서점에서 내 책은 사라질 운명인가, 할 즈음에 생긴 뜻밖의 소식이었습니다. #작은출판사 #좋은책 #교보문고추천이 적힌 교보문고 목동점, 광화문점, 잠실점, 강남점, 영등포점의 예쁜 벽면과 코너를 돌며 사진을 마구 찍어댔습니다.


광화문점에서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 코너를 찾지 못해 마음 조이며, 또 가슴이 덜컥해서 그런 것인지, 서울에 있는 서점의 지점을 돌며 만 사천보를 걷고 나서인지, 서울 한 바퀴를 돈 후 어제부터 몸에 기운이 없는 것을 느낍니다. 거의 두 달이 다되는 기간 동안 신경을 썼던 것이 이제야 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신경을 썼던 일이 마무리될 즈음 몸이 아팠던 저였습니다. 지난주 제주도 부모님 댁에 가면서도 책을 싸들고 갔습니다. 혹시나 발주 요청이 올까 봐 챙겨갔는데, 네, 발주 요청이 와 우체국에 두 번 갔다 왔습니다.


한동안 이 작고 강한 출판사 그린탠저린은 책을 싸들고 여행을 다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책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고이 싸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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