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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Apr 24. 2024

2023. 6. 3. 11:04~11:16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4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마스크를 안 쓰고 웃고 있어 내 기분이 다 시원하다. 미소가 내려앉기도 전에 아이는 내림 버저를 누른다. 아이 엄마는 야단법석을 떤다.


“죄송해요. 아이가 내리지도 않을 건데 눌렀네요.”

“여기는 집이 아니야. 장난치면 안 돼.”


엄마는 아이가 무슨 큰일을 저지른 것처럼 과한 사과와 과한 조언을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대하듯 엄마의 행동에는 어떤 ‘선생님’ 모드와 긴장, 불편함이 묻어나온다. 아니면 너무 애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6월의 첫 토요일. 25도다. 6월 17일에 있을 드럼 작은 음악회를 위해 오늘부터 사전 연습에 들어간다. 문래로의 마늘 파는 상점 아줌마는 호스로 물을 대로에 뿌려댄다. 마늘 더미에서 떨어져 나온 흙을 씻겨 내리려나 보다. 빛바랜 야채가게는 도매로 야채를 판다. 영등포로 이사온 2020년, 길 따라 난 이 허름한 야채 도매 시장을 보며 ‘요즘에도 저런 데가 다 있나?’ 했는데 3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젠 익숙하다. 요리하는 사람은 안다. 흙 묻은 마늘이 깐 마늘, 다짐 마늘보다 훨씬 신선하다는 사실을. 신해철의 <내게로 와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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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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