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다. 어린 남자아이에서부터 7~80세 어르신들까지. 아주머니들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외출을 나오셨다. 나이 있으신 여자 어르신들이 피부 관리에 열심이시다. 우산에, 챙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내 앞에 앉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은 엄마인지 누나에게 돈을 벌 방법 혹은 게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도통 ‘무슨 헛소리냐’의 표정이다. 사람들이 버스의 앞쪽까지 빽빽하게 모여 서 있을 만큼 오늘은 사람이 아주 많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다들 아침 일찍 나들이를 해보려는 심산인 것 같다. 확실히 봄보다는 사람들의 대화가 늘었다. 어렵게 퇴직을 결정한 남자친구는 고향에 내려갔다 오겠다며 KTX를 타러 갔고, 나는 그 없이 드럼과 일, 등산, 화상 미팅으로 주말을 맞게 되었다.
내 앞자리에 앉아 말을 많이 하던 남학생과 여성이 ‘선생님은...’, ‘애교부리는 거니?’, ‘거절한다...’, ‘선생님한테 왔어?’라는 표현을 쓴다. 30대로 보이는 여성은 남학생의 엄마나 누나가 아니라 주말에 학생을 주기적으로 만나는 교육후견인인가보다. 나는 경제적으로 가정이 어려운 아이의 특이한 가족 수다 세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남학생이 들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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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