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매주 토요일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정류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영등포역 정류장으로 간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2023년의 봄과 여름을 맞이했다.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타게 된 다채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하며, 무심한 듯 편안하게 그들의 모습과 주변을 써 내려가 보았다.
친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그래서 소중해지는 경험을 쌓아갔다. 영등포와 영등포 사람들의 세밀한 변화와 변주를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며, 낯설음은 곧 새로움을 품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를 같이 타고 있는 일원이면서도 그들의 흐름에 벗어나 있는 익명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누구도 아닌, 오로지 관찰자로서의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영등포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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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