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곳곳에서 들려오는 김장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남편과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난 일화가 있다.
5년의 연애 기간 동안 남편에게서 집에서 김장한다는 소리를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었고
신혼 때도 어머니께 김장 어떻게 하세요, 하니 그냥 여기저기서 같이 해온다. 하셔서 김장 자체에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임신 7개월 차. 어머니는 갑자기 집에서 김장을 하시겠다고 하셨다.
아니 왜 하필?
그것도 배추를 집에서 직접 절구는 것부터 하시겠다고.
나는 임신 7개월, 남편은 한참 가게 때문에 바빴고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집에서 그걸 다 어떻게 하냐고 남편이 짜증을 냈지만 이미 주문된 배추는 현관 앞에 가득 쌓여 있었다.
한 번만. 딱 한 번 만이야.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김치 속을 넣는 날 중간에 온 시누는 임신한 며느리 데리고 갑자기 뭐 하는 거냐고 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좀 했다.
남편은 새벽에 가게 마감을 하고 와서 자다 깨다 하며 허리가 아파 누워 있었고
나는 불편한 자세로 배추에 양념을 치대다 배가 뻐근하면 좀 쉬고 다시 좀 거들고 하고 있었다.
다들 돌아가며 싫은 소리를 한 데다 어머니는 김장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좀 짜증이 나셨고 배추를 더 가져오라며 소리를 치셨다.
그래서 거실에 있던 남편이 일어나려고 하자
허리 아픈 애가 뭘 하려고 하냐며 한사코 말리시는 거다.
아니 그럼 내가? 나는 벙쪘고, 내 얼굴을 본 시누가 일어나며 그거 좀 시킨다고 아들 닳냐고 잔소리를 하며 가져왔다.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 남편에게 얘기하니
정말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엄마가 그랬다고? 해서 나를 이상한 사람을 만들었다.
그렇게 진짜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하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 증인 있어, 언니도 있고 울 엄마랑 내 동생도 그때 일 아직도 기억해.
어이가 없어서 나는 정말로 기억 안나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고
남편은 진짜 미안한데 기억이 전혀 없다고 사과를 하며 사고로 머리 다친 후유증인 것 같다고 덧붙여서 내가 할 말을 잃게 했다.
아무튼 그 때 이후로 어머니는 집에서 김장을 하지 않으시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