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돌아온 학부모 상담 주간.
대면 상담할 땐 나와 다르게 사교적인 남편을 보내지만 올해는 작년과 같은 담임 선생님이셔서 전화상담만 신청했다.
하이의 담임선생님은 아동 심리도 전공하셔서 그런지 내가 아주 궁금해하는 아이의 심리상태를 상황에 맞게 설명을 잘해주신다.
아이가 작성한 질문지 중 나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죽음.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들은 날부터 일련의 나날들을 나는 선명히 기억한다.
이건 나와 하이가 겪는 PTSD가 맞다.
우리 사회가 겪은 상실과 아픔 또한 마찬가지다.
그날, 날씨와 주변 풍경.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너무나 선명하다.
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날 참상에 대한 PTSD를 안고 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틀어놓기 때문에 하이와는 자연스럽게 아침 뉴스를 보고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날 멈춰버린 시간에 대해 하이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란 것을 계산해 보고 내게 그날 무슨 일 있었던 것인지 물었다.
하이는 뉴스 화면으로 보이는 너무나 어린 학생들의 수백 개의 영정사진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애도와 추모에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이는 저렇게 큰 사고에 대해 잘못한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묻는다.
선뜻 대답할 수 없음이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