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공부를 해야 하나요?
한글을 다 떼고 들어가야 한다던데요?
학교 들어가면 영어학원부터 알아봐서
파닉스 빨리 떼어야 한다는데,
1학년부터 영어 배우지요?
친구 아들은 구구단까지 다 외웠다는데,
그걸 다 해야 할까요?
입학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린다. 엄마가 안 알아보고 뭐 하냐는 둥 말을 들으면 갑자기 아이에 대해 아무 준비가 없는 엄마로 내몰리는 느낌도 들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교사도 막상 자기 자녀가 입학할 시기가 되면 찾아와 질문을 이것저것 한다. 엄마 마음은 다 비슷하다. 오늘은 입학 전 공부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아이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공부를 시작하는 첫 단계이고, 아이가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일이다. 성취의 즐거움은 이다음에 어려운 공부를 할 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직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하지 않아야 한다.
공부라는 의미도 잘 생각해야 하는데, 발달단계상 저학년의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공부다. 놀이를 통해 규칙을 배우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내가 지더라도 감정을 다스리는 것을 연습하고, 여러 아이들과 집단생활을 통해 배려를 배워간다.
자, 가장 궁금한 한글공부에 대해 정리한다. 학기 초 학교적응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보조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한 달 정도 한 후, 교과서를 배부하고 이를 가지고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하게 된다. 2015 교육과정에서부터 한글도 입학해서 배워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평소에 집에서 아이 수준에 맞는 동화책을 부모님과 같이 보면서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활동을 해 주면 아이가 한글공부에 큰 관심을 보인다. 호기심 자극 활동은 특정 글자를 읽어주고 짚어가면서 읽어보도록 하거나, 계속 나오는 낱말이 무엇인지 짚어가면서 같이 읽어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놀이로 진행할 수 있다. 간혹 빠른 아이들은 부모님의 목소리와 글자를 대입해 혼자서 깨우치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 학령기 아동의 글자학습 실태를 교육부에서 조사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쉬운 글자를 배우고 들어온다. 받침 없는 글자를 읽고 따라 쓸 정도가 60~70%이고, 받침 있는 글자까지 읽고 쓰는 아이가 25~35% 정도로 분포한다. 나머지 5% 정도가 거의 한글을 모른 채 들어온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가르치기로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한글을 거의 배우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가 한글을 재미있게 배우고 익힌다면 괜찮지만, 다른 아이들도 다 배우고 오니 너도 하라고 막무가내로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우리 아이의 발달상황이나 받아들이는 모습을 잘 관찰하여 적절한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여도 대부분 2학기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뗀다.
학교교육과정상 영어는 1학년에서 배우지 않는다. 그러니 영어학원을 알아보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는 영어가 제2외국어인 환경이라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쓰이는 상황이 아니다. 두 언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의 영어는 한국어를 완전히 습득한 뒤에 영어를 배워야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논문이 많다. 그러니 1학년에서 영어 과목에 대한 준비는 논외다.(초등영어에 관한 내용은 나중에 포스팅할게요.)
1학년 수학은 매우 쉽다. 그리고 구구단은 2학년에 올라가야 배운다. 1학년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10이 되는 숫자 쌍을 잘 아는 것이다. 즉, 10이 되는 1의 짝은 9, 2의 짝은 8, 3의 짝은 7이라고 아는 것. 이것을 10의 보수라고 한다. 한글을 읽어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10의 보수만 확실히 알면 1학년 수학에서 어려운 것이 거의 없다. 미리 10의 보수를 외울 필요도 없다. 학교에서 수학시간을 통해 구체 조작물로 계속 활동하면서 배운다. 때문에 엄마가 배우는 진도를 보면서 적절히 집에서 물어보고 대답하는 복습을 간단히 해주어도 아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평소에 물건을 사거나 하는 등의 생활에서 수감각을 일깨워주면 아이가 수학을 더 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엄마랑 장 봐온 거 총 몇 가지인지 세어볼까?"
"지금 낮인데 시계 큰바늘은 어느 숫자에 가 있지? 엄마 설거지 하느라 못 보니까 네가 알려줘." 같은 말로 자연스럽게 아이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수학동화를 같이 읽는 것도 좋다.
입학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부모님이 조금 귀찮아도 이때 시간을 쏟으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집안에서 글자 찾기, 말잇기놀이, 스무고개 놀이, 책 목소리 변조해서 읽기, 그림보고 내용 지어내서 말하기 등 같이 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밥상머리에 앉아서 하루 일과 중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이 경청하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