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밤의 거리를 향해
다음 날,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이노는 떠나야 한다는 별 조각을, 엄마가 들어오기 전에 책상 속으로 숨겨놓았습니다. 엄마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날카롭게 소리쳤습니다.
“너 이게 무슨 짓이니?”
엄마가 가리킨 곳에는 깨져있는 창문이 있었습니다. 이노는 어젯밤 별 조각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미처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아주 작은 흠집이었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 어느 실수보다 크게 보였나 봅니다. 이노가 들어본 적 없는 높은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습니다.
이노는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엄마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방 밖으로 나갈 생각 하지도 마!”
문이 쾅하고 닫혔습니다. 이노는 그 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또다시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몸이 벌벌 떨려왔습니다. 방이 자신을 삼키려는 듯 사방에서 조여 오는 것 같았습니다. 숨이 막혀오고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이노는 눈앞에서 사라진 엄마에게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이 순간이,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정작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하나도 모르지만요.
시간은 의미를 잃었고, 눈물로 날을 지새운 이노에게 다시 밤이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이노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고, 깨져버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밤바람이 울다 지쳐 자버린 이노를 다시 깨웠습니다. 이노의 시선은 자연스레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으로, 그리고 창문 밑에 있는 서랍에서 새어 나오는 빛으로 향했습니다.
희미한 빛이 서랍 안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서랍을 열자, 별 조각은 조용히 떠올라 붉게 부어오른 이노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너는 하루 종일 이곳에 갇혀 있니?”
“오늘은 내가 잘못했는걸.”
“잘못했다니 뭐가?”
“내가 창문을 깨트렸잖아.”
“그건 내가 깨트린 거야. 이노.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에게 너를 이야기할 수 없었어.”
엄마에게 별조각을 꺼내 보여주면서, 말을 해봤자, 믿지 않을 걸 이노는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노에게 어른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별조각은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와, 이노의 어깨에 내려앉았습니다. 작지만 따스한 온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이노의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노, 네가 대신 짊어질 필요는 없어. 네가 내 어둠까지 가져간다면, 나는 더 이상 네 곁을 빛내줄 수 없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나에 대해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지금 이 밤을 기다리면서 너에 대해 생각해 봤어.”
이노는 별조각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별조각은 이노의 어깨에서 떨어져, 깨져버린 창문 틈을 통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창문 바로 앞에 멈춰, 이노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노. 나가자.”
“나가자니 어디로?”
“저 밤으로. 밤의 길 속으로 나아가자. 여기서 언제까지 멈춰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엄마가.”
이노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너머에서 엄마가 코를 골며 자고 있을 것이며, 내일 아침이 되면 찾아올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별조각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노, 밤은 널 막지 않아. 네가 나아가려는 순간, 길은 저절로 열릴 거야. 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가보자. 이노”
“앞으로 나아가자.”
별조각은 그렇게 말하며 밤하늘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이노는 그 빛을 따라, 마침내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섰습니다.
창문 바깥은 아찔할 만큼 높고,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 바라보던 평온한 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발아래의 거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일렁이며 그를 집어삼킬 듯했고, 거센 바람은 거대한 손처럼 그를 밀어내며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귓가에 울리는 낯선 소리와 피부로 느껴지는 낯선 감촉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살아있는 밤의 두려움이, 이노의 발을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왜 그래 이노?”
별조각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이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습니다.
“무서워. 무섭다고.”
이노는 무서웠습니다. 이 높이에서 불어오는 진짜 밤의 바람을, 창문 너머가 아닌, 직접 밤의 냄새를 맡아본 일은, 이노는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두려움에 떨던 이노의 앞에 별조각이 다가왔습니다. 어두운 밤과 비교해서는 아주 작고 사소한 빛이었지만, 그 작은 빛이 이노의 두려움을 모두 감싸안는 듯 따뜻했습니다.
“이노. 난 너를 믿고 있어.”
별조각은 두려워하는 이노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믿는다. 이노는 믿는다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소한 단어가 엄마가 만들어낸 두려움의 벽에 처음으로 작은 균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노는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이노는 친구인 별조각의 빛을 따라, 조심스레 창문 밖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노는 자신이 저 밑으로 떨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이윽고 사라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의 발이 허공에 닿는 그 순간, 별조각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별빛이 번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아주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이노 넌 대단해. 그 두려움을 이겨냈어.”
이노는 별조각을 따라, 그렇게 밤의 거리로 발을 내디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