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 덧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1년이 이토록 빨리 흘러버리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일 듯하다.
나도 어릴적엔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도,
계절이 바뀌어 간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살았다.
누군가는
어른의 시간이 빠르고 아이들의 시간은 느린 이유가
아이는 현재를 살지만
어른은 미래를 보며 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흘러가는 느낌을 인지하기가 힘들 것도 같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
어떤 엄마는 멀찌감치서 뒤따라 오라는 아이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아이는 떨어지는 낙엽도 바라보고
기어가는 공벌레도 발견하며 천천히 가다
이내 앞서가는 엄마를 보며 뛰어간다.
혹여나 엄마에게 한소리 들으면
아이는 금방 시무룩해져 그 기억을 자기 몸 어딘가에 붙여 두었다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다투었을 때 살짝 꺼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엄마와 같이 구경하고
기어가는 공벌레를 같이 앉아 바라보았던 아이는
엄마의 말소리, 웃음소리의 기억을 어린이집까지 가지고 간다.
선생님께 조금 혼이 나도, 친구와 조금 다투어도
오늘 아침의 기억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준다.
짧은 등원길이지만
엄마의 생각은 시간 맞춰 등원해야 한다는 미래에 있고
아이는 떨어지는 낙엽, 기어가는 공벌레인 현재에 있다.
그러다 보니 엄마에게는 등원길은 매일의 일상일 뿐
그 무엇도 아닌채, 짧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했던 아이에게 등원길은
어른의 등원길 보다는 훨씬 길디 길었을 것이다.
이처럼 어른의 1년과 아이들의 1년과 너무도 다르다.
아이들은 1년의 매 순간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기억하고
그런 기억은 고스란히 아이 그 자체가 된다.
어른들이 흘려 보내는 그 작은 기억들을
몸 구석구석에 마음 구석구석에 간직하고 흡수시키고 빨아들이느라
1년이 너무나 더디고, 느리고, 천천히 가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 주양육자일 것이다.
그래서 주양육자와의 애착을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하시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점점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이고
가족과의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시간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자신의 마음에 물을 주고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마음의 힘을 키우다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어 세상에 홀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때 키웠던 마음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와 보내는 순간들을 더 소중히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무심코 했던 말이 아이의 어딘가에 남아 있을 생각을 하니
더 건강한 말들을 사용해주어야겠다.
지금 많이 사랑해주고 좋은 말과 느낌들을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표현해주어야 겠다.
시간이 흘러 아이의 시간이 빨리 가더라도
지금 흡수하고 있는 이 건강한 기억들로
단단한 마음을 가져
세상을 마주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