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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Nov 27. 2023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한다고?

<공부하는 힘> by. <몰입>의 황농문 교수

"OO아! OO아! 밥 먹어야지!" 

요즘 고등학교 1학년인 OO 이는 대답도 잘 안 한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잘 안 들린단다.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난 듯하다. 껍데기와 상대하는 기분이랄까? 하루에 15시간씩 공부하면서도 눈빛은 반짝반짝하다. 안쓰러우나 본인은 행복하단다. 학교에 다녀와서 30분 동안 계단 타기를 하고 샤워 후 방 안에 틀어박혀 몇 시간이고 혼자 씨름한다. 가끔 책상에 엎드려 잘 때 침대에 누워 푹 쉬었으면 하지만 본인은 앉아서 자는 것이 좋단다. 책상 앞 벽, 옷장, 심지어 화장실까지 "나는 해낸다!" 등의 다짐 문구들이 붙어있다.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며 잠깐인 것 같은데 4시간이 흘러 있다고 답한다. 꿈같은 자녀의 모습이다. 배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면 죄송하다. 이 이야기는 <몰입>의 저자 황농문 교수님이 쓰신 <공부하는 힘>의 방법대로 '몰입'해서 공부하는 아이를 그려낸 픽션이다.





집중하기도 힘든데 몰입이라고? 한 가지에 몰입하는 시간을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올해 <트렌드 2024>의 메인 단어도 '분초사회'다. 사람들이 시간의 가성비를 좇으며 분주하고 알차게 살고 싶어 하는 면을 드러낸 단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육아와 교육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갠다. 책을 읽고 검색하고 유익한 유튜브를 시청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교육 채널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고 있으면 일석 이조 같은 기분이 든다. 틈독으로 한 권, 한 권 책을 정복하면 스마트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주머니가 빵빵해지듯 정보의 인풋을 주워 담느라 사색, 고찰 등 충분히 생각할 여유 따위 없다. 이렇게 틈틈이 무엇인가에 집중하여 정보 얻기도 바쁜 상황에서 '몰입'이라는 단어는 참 낯설다.




황농문 교수님은 2007년 처음 <몰입>이라는 책을 내고 이어 2013년 이 책 <공부하는 힘>을 쓰셨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교수직에서 은퇴하여 '몰입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실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가 말하는 ‘몰입’은 공부뿐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문제(업무, 집 갈아타기 등)에 대해 깊숙이 생각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몰입은 고도의 집중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유레카가 일어나도록 하는 상태다. 그는 처음에 내키지 않던 일도 오랜 시간 몰입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몰입을 즐기게 될 거라 말한다. 실제로 몰입의 상태에서 우리 뇌는 쾌감 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몰입해서 공부를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공부하는 힘>은 몰입과 관련해 특히 ‘공부’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적인 적용사례를 담았다. 




그런데 사실 읽고도 공부에 몰입을 적용하는 것이 감이 오지 않아 여러 차례 책을 들추고 황농문 교수님 인터뷰를 살폈다. 내가 몰입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으니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교수님이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치셔서 몰입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그럼에도 내게 준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겠다. 첫째, 몰입은 한 번에 되지 않으며 연습이 필요하다. 기본자세를 익히지 않고 운동 경기에서 점수를 낼 수 없듯, 집중해보지 못한 사람이 몰입까지 갈 수는 없다. 둘째, 청소년기 이상으로 성장한 사람이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은 한 문제를 10분 이상 고민해 보는 연습으로 충분하다. 셋째,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은 에어프라이어에 요리하는 것과 같다. 단시간에 빠져들지 않고 예열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따라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과 연결되는 긴 시간이 필수다. 넷째, 긴장과 조바심을 내려두고 편안한 심리상태에서 ‘슬로우 씽킹’ 하는 것이 좋다. 쫓기듯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며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황농문 교수가 제안하는 공부 몰입 10가지 지침

1. 매일 6~7시간은 자야 하고 낮에 공부하다가도 졸리면 수시로 선잠을 자는 것이 좋다

2. 매일 규칙적으로 30분간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을 한다.(농구, 테니스 등)

3. 조급하지 말고 느긋하게 명상하듯, '슬로우 씽킹' 방식으로 공부한다.

4. 두뇌 가동률을 최대로 올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나 문제를 최대 10분까지 몰두해 본다

5. 과목은 수시로 바꾸지 말고 한 과목을 충분히 오래 공부한다

6. 암기보다는 이해와 사고 위주의 학습을 한다

7. 자투리 시간에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여 늘 공부 생각을 한다

8. 공부 내용에도 우선순위를 두어 선택과 집중을 한다.

9. 반복 학습을 한다.

10. 공부에 대해 최대 구동력이 만들어지도록 동기가 유지되는 의도적 노력을 수시로 한다.(보이는 곳에 동기 유발 문구 붙이기)      



사실 몰입의 원조는 따로 있다.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Flow)을 평생 연구하신 분이다. 다양한 책에서도 그의 말을 인용한다.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는 몰입은 행복이며 일상을 순간순간의 몰입으로 채우고 더 나아가 삶이 몰입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는 몰입의 대표적 예가 '놀이'라고 한다. 놀이에 폭 빠져 있으면 행복하면서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그 상태 자체가 가치 있다는 것이다. 몰입으로 한 가지에 폭 빠져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일에 성공이 뒤따르지 않을까? 우리가 공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싶은 것은 비단 입시 결과만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인내심, 집중력, 끈기, 갈등 해결 등 인생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기르게 된다. ‘몰입’ 또한 경험해 본 아이들은 인생의 문제를 만났을 때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몰입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표지의 삿대질에 움찔


“얘들아! 몰입하자!”하면 5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우웩! 그게 뭐예요?”하며 야유를 보낼 것이다. 10분도 집중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몰입’은 너무 먼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을 강조할 수는 있다.(사실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의 가치를 자주 전하고 기회를 주면 좋겠다. 한 가지 화두를 던지고 깊이 생각해 보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났을 때 10분 이상 지속해서 풀어보는 것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제안해 볼 수 있다. 집중력이 낮아지고 짧은 콘텐츠들이 환영받고 있는 시대에 한 가지에 몰입하라고 하는 것이 꿈같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입시, 예술적 활동 등 몰입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터, 그때는 이 책을 집어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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