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 우리나라가 망한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타국의 유명 석학들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출산율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크게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각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주제를 살펴보면 된다. 작년 KBS 시사 프로그램 ‘창’에서는 <저출산 40년, 다가오는 재앙>, <미래로 넘기는 시한폭탄>, <대한민국 인구 재설계>로 연중기획 인구 3편과 <비혼과 출산 사이, 멀고도 가까운>을 방영했다. EBS에서는 <다큐멘터리 K- 초저출생> 10부작을 통해 이스라엘, 헝가리,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출산 및 양육 제도와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분석했고 '다큐프라임'에서도 <저출생 보고서 3부작>으로 출산과 육아에 밀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출산율 저하에 대한 문제의식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를 반영하여 매년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복지 정책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나 또한 첫째와 둘째 출산 때 나라에서 받았던 돈의 액수가 달랐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얼마 전 부영그룹은 직원의 2021년 이후 출생 자녀에게 한 명 당 1억을 지원했다. 실제로 쌍둥이를 낳은 가정은 2억을 수령했다고. 그런데 매년 출산율은 왜 낮아지는가. 애 낳게 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주거 안정성, 고용 불안, 높아지는 사교육비, 출산 후 경력 단절 등 경제적, 개인의 자아실현의 측면에서 모두 불리하다. 또 외롭고 말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금쪽이와 갈등을 겪는 부부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진정 답일까. 혹 부모의 역할에서 아이의 인생을 디테일하게 가이드해 주고 지원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지나영 교수님의 <본질육아>에서 어렴풋 해결의 실마리를 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서는 육아의 본질만 잘 된다면 아이는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본질이란 부모의 진실된 사랑을 일상에서 표현해 주고,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며, 부모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아이에게 전수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것만 해주고 나머지는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도와주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육아와 자녀교육의 기본을 제대로 했다면 아이가 잘 자랄 거라고 믿고 나머지는 힘을 좀 빼도 된다. 아이가 이미 가진 잠재력을 펼치기를 기다려주자. 아이는 충분히 자기 길을 찾아가는 선장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가치 교육을 잘해주고 스스로 단단하게 서는 선장이 될 준비를 도와줬을 대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진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좋아진다. -<본질육아> 중
부모들의 '지원'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부모가 아이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영어 유치원, 각종 예체능 사교육, 수학 하나만 해도 사고력 수학과 연산, 경시대회 준비까지 다양한 '해 줄 거리'들이 넘쳐난다. 이런 것보다 '본질 육아'를 강조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동창생들 중 높은 성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나머지는 오히려 어떤 분야에 있든 자기 일을 만들어간 친구들이 잘 산다. 이렇게 보면 자존감과 사랑, 중요한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만약 '본질'만 해도 아이가 세상에 나아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유아 교구부터 각종 사교육까지 부모의 피로가 덜어지지 않을까. 피로에 절어 있는 부모들을 보고 젊은 세대들이 겁이 나서 출산을 못하고 있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부터도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출산 후 백과사전처럼 들춰보는 책으로 널리 알려 있다. 이 책을 쓴 하정훈 선생님의 인터뷰도 부모의 피로를 덜어준다. 그는 부모가 충분한 지원을 못 해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현재 가정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고, 부모가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부모가 행복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에게 시간적,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면 아이도 그 뒷모습을 보고 자랄 것이다. 행복도, 자존감도 대물림 된다. 본질만 가져가도 충분하다. 부모 어깨의 짐을 조금 내려놓을 때다. 세상에 황새는 끝도 없이 많다. 가랑이 찢어질 정도로 황새를 좇기보다 뱁새의 삶을 찐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멋지다.
'힙'한 부모들이 노출되는 것도 필요하다. <본질육아>에서 아이를 움직이는 힘으로 '내적 동기'를 강조한다. '동기'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다. 외적 동기는 흔히 보상, 성적, 칭찬 등 외부에서 오는 것이며, 내적 동기는 그 일 자체의 가치, 호기심, 흥미, 성취감 등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많은 교육 이론에서 말한다. 내적 동기가 중요하다고. 가정을 꾸리고 출산을 하는 것에도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애 키우는 재미, 가치를 아는 것. 그것이 아이 키우는 내적 동기다. 재밌게 사는 부모들도 많다. 취미 활동을 공유하고 일상의 소소한 프로젝트를 만들며 서로의 커리어를 독려하고 균형 있게 삶을 만들어가는 힙한 부모들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현재의 정책은 매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 수당 같은 외적 동기다. 이와 더불어 육아 가정이 주는 안정과 만족, 힙해서 따라 살고 싶은 가정이 널리 알려져 내적 동기를 마구 자극하도록 돕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한 사실은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강하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아이한테 용돈을 줘서 어떤 일을 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이가 돈이 필요할 때는 돈을 준다고 하면 시키는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용돈이 부족하거나, 사고 싶은 것이 별로 없을 때처럼 돈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안 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본질 육아> 중
사실 아이를 낳고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또 양육의 과정에서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며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공통분모로 크게 자리 잡고 있어 팀워크를 느낄 때가 많다. 힘들 때도 많지만 기꺼이 고생하고 싶게 만드는 힘. 출산과 육아에는 그런 강력한 힘이 있다. 결혼과 육아가 무엇인지 물어온 후배에게 해 준 말이 있다. 결혼은 한 달 배낭 메고 떠나는 인도 여행 같다고. 쾌적하지 못한 곳에서 먹고 자야 하며 위기와 갈등도 많지만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 돈 주고 사서 고생하는 여행이지만 말할 수 없는 깨달음과 충족감, 성취감이 나를 감싸는 그런 것이라고. 어찌, 애 한 번 낳아 볼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