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그녀 Apr 14. 2024

뭐시 행복인디

feat. 요즘 대세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요즘 MZ들에게 잘나간다는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름만큼이나 얼굴도 예술가 상이다. 염세주의자라는 꼬리표는 얼굴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다. 내 나이 38, 마흔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염세적이지 않았다. 그보단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갖고 있는 한 독신 남성의 치열한 사색이 느껴졌다. 그는 흔히 요즘 말로 경제적 자유를 누린 철학가였다. 부유한 아버지가 물려주신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었으며 그 또한 수완이 좋아 투자를 잘했다. 하지만 고령의 아버지가 얻은 젊은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부모의 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사교계에서 바쁘게 활동했다. 쇼펜하우어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삶은 고통이라 말하면서도 질병,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평생을 철저하게 노력했다. 



이런 그가 이야기하는 행복은 무얼까?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일시적이라 말한다. 인간이 느끼는 욕망의 최대 불만족은 '고통'이고, 최대 만족은 '권태'인데 그 사이를 진자가 매달려 운동하듯 왔다 갔다 하는 상태 속에서 잠시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고통을 잘 견디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으며 사색, 통찰 등으로 욕망을 잘 다스리라 말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면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권태를 느끼며 불행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그의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나와 남편의 모습을 볼 때 '행복할 수 있는 성격'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는 점도 일리가 있다.



행복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되짚으며, 대체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행복은 '다행 행', '복 복'자를 쓴다. 다행히 복이 왔다는 것이다. "당신은 요즘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린 당황하게 된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사람들이 행복을 '신나고 재밌는 것'으로만 좁게 정의를 내리기 때문에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행복에는 집중, 영감 받음 등 다양한 긍정적인 감정들이 들어 있는데 그것을 행복의 범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75년간 진행한 연구는 '관계'가 행복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안정적이고 단단한 관계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독서모임에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더불어 각자의 행복론을 나눴다. "저는 행복이라고 하면 완벽한 조건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좋은 집, 건강하고 잘 자라는 아이들 등 이런 모든 것이 완벽한 모습을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니 나무에 꽃이 핀 모습을 보는 것, 혼자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 등 소소한 일상이 떠오르는 거예요"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행복의 기준을 평소에 너무 높게 잡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핀란드를 꼽는다. 얼마 전 한국에 정착한 한 핀란드 여성이 자신의 영상에서 "핀란드가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는데 한국과 비교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핀란드 사람들이 훨씬 기준이 낮아요. 삶에서 꼭 무언가를 해야 하고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낮으니 행복할 수 있죠"라고 말하는 걸 봤다. 행복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 다채로운 긍정적 감정을 행복이라 정의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 내 기준을 낮추면 느낄 수 있는 긍정적 감정이 더욱 많아진다. 


인도의 일상


20대에 인도 배낭여행을 30일 했었다. 처음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비위생적인 환경, 깡마른 몸, 구걸하거나 작은 사기로 여행자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모습. 우리나라의 귀한 대접받는 자녀들의 생활과 비교해 그들은 불행해 보였다. 시간이 쌓이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느꼈다. 그들은 충분히 행복했고, 밝았다. 그런 환경에 행복이 없을 거라 생각한 건 내 착각이었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 행복에 관한 고민을 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숨어있던 내 행복을 주섬주섬 모으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행복해졌다. 낮은 기준으로 살되, 삶 속 행복을 부지런히 정의 내리자. 행복에 대해 곱씹으며 사는 삶은 그렇지 않은 것과 질이 다를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한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