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하루가 시작되었다. 미라클 모닝을 하기로 눈감기 전 스스로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7시다. 손끝에 주기적으로 진동이 울렸지만 휴대폰 모서리 버튼을 눌러 기상을 지연했다. 일어나자마자 해야 할 일은 아홉 살 첫째를 깨우는 거다.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연습하고 있기에 그의 온갖 투정을 다독이며, 때론 적당한 버럭을 섞어 깨운다. "엄마가 읽어줘" 책을 읽어달라는 요청이다. 나도 내 책을 읽고 싶다. 읽기 독립을 했으니 너의 길을 갔으면 싶다가도 어젯밤 "엄마는 맨날 동생만 읽어줘"하는 뾰로통한 말이 걸린다. 이제는 제법 글밥이 있어 읽기에 숨 가쁘지만 열심히 1인 다역 하며 읽는다. 스킨 바르고 애들 옷 챙기고, 로션 바르고 머리 묶어주고, 크림 바르고 가방 잘 챙겼는지 물어보면 단거리 경주 같은 아침을 뒤로하고 출근이 시작된다. 오늘 하루도 무사했다. 이제 퇴근이라 부르고 부캐인지 본업인지 헷갈리는 '주부'모드로 전환이다! 저녁 일정이야 말해 뭐 할까. 아침에 딱 3배 피곤하다고 보면 되겠다. 꽉 차 있는 하루 끝에 마음 한 자락 남아 있는 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지?'다. 내 이름 석 자를 떠올리면 뭐 하나는 제대로 둥둥 뜨길 늘 소망했다. 그냥 교사가 아닌 '이런 거 하는 교사' 혹은 '이런 엄마' 혹은 '이런 아내'. 뭐든 괜찮았다. 현실은 이도저도 아닌, 죽도밥도 아닌, 근근이 필수 아이템만 해치우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워킹맘이다.
104, 모든 일에 관심을 쏟으려 하다 보면 그 모든 일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지고, 제대로 완수되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언제 중도를 택하고 언제 극단을 달려야 할지 아는 것이 본질적으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 방식이다. 탁월한 성과는 바로 이와 같은 시간과의 타협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적은 바로 극단에서 일어난다.
<원씽>은 딱 1년 만에 집어든 책이다. 분명 작년 이맘때쯤에도 깨달았던 것 같다. '아! 내가 너무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고 있구나!'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마치 5년 전에 읽은 것처럼 기억 창고의 저 끄트머리에 에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더 깊은 공감으로, 이번에 읽고 나면 제대로 '원씽'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서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라 한다. 계속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이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그것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혹은 필요 없게 만들 바로 그 일은 무엇인가?'다. 눈앞에 계속 던져지는 미션들을 해치우듯 해결해 나가는 일상을 살다 보면 어느새 나이 먹어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적용하면 미션들을 모두 해결하지 않아도 될만한 중요한 미션 한 가지를 고르라는 것이다. 추상적이다. 독서모임을 하며 어떤 분은 "신체적 컨디션이 좋으면 다른 모든 일들이 수월해지더라고요" 하며 건강을 꼽으셨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그 단 하나를 고르려면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촤르륵 갖고 있어야겠다고.
그렇다. 원씽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그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고 다른 문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되지 않도록 가끔씩 중심을 잡아주면 된다고 한다. 개인적 삶에서는 버리고 가는 것이 없게 하고, 반대로 직업적 삶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업무에는 극단적일 정도로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갖지 마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삶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고르지 못하기에 뭘 내려놓아야 할 지도 망설여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두고 그렇다면 5년 이내에는 무얼 해야 하는지, 1년 안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달, 일주일, 하루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 출발점인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 게 어려운 것이다. 옛날 '이상형 월드컵'처럼 하고 있는 일들을 마주 보게 촤고 세워두고, 고르고 골라서 1위를 꼽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여러 마리 토끼를 잡는 꼴이 될 수밖에.
그럼에도 원씽을 소망한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 뒤돌아 봤을 때 '나 뭐 하고 살았지?' 후회하기 싫다. '그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제대로 했지'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책에 나온 질문들을 모아봤다. 그리고 언제라도 수정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봤다. 최종의 목표인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단 하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의 교육철학을 잘 다듬어 세상을 설득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라고 적었다. 적고 나니 조금은 내가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원씽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 "원씽은 1년에 한 번은 읽어야 해"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의 큰 성공까지 아니더라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며 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이어리 목록을 다이어트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다. '할 일 목록'에 짓눌리고, 계획대로 모두 해내지 못했다는 실패감에 지쳤던 나날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