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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박스 UNBOX Oct 19. 2022

커뮤니티로 지속적 성장을 만드는 법, 핍스(Phyps)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가 먼데이 루틴 세계관을 만드는 이유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Physical Education Dept)는 멘탈, 피지컬에 관련한 활동을 아트워크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다. 활동성 있는 빈티지 웨어를 기초로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만들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콘텐츠를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 창작자들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제안한다.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는 단순히 패션 브랜드가 아닌, 커뮤니티 브랜드이자 플랫폼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경계 없이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노지윤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를 언박싱해보자.



융: 안녕하세요. 먼저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가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노지윤: 안녕하세요, 대표 노지윤입니다.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이하 핍스)는 2021년 2월에 론칭한 브랜드로 체육학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론칭 당시 팬데믹이 한창이다 보니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건강을 키워드로 한 우리만의 그래픽을 개발해 여러 분야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융: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노지윤: 패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어요. 경험과 실패 사례가 축적되니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스스로에 대한 역량과 확신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때,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한 달만에 론칭했어요.



융: 한 달 만이라니! 추진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노지윤: 저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독자 분들에게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 분명 믿어요. 확신이 온 순간,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죠. 


질문에 답변하는 노지윤 대표


융: 패션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패션을 만드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노지윤: 최근 읽은 칼럼 중에 ‘브랜드와 브랜드가 아닌 비(非) 브랜드 간의 차이’를 고객과의 약속 이행 유무로 구분하더라고요. 고객과의 약속은 다양하잖아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 10년 ~ 20년 동안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드는 것도 있고요. 이처럼 다양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일종의 윤리의식이랄까요? 저 역시 패션과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이잖아요. 브랜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일을 해온 것 같아요. 



융: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해야 한다는 그 마음이 가장 무서운 원동력이죠. 핍스가 론칭 시점부터 무신사에 입점한 이유도 궁금한데요?

노지윤: 무신사라는 브랜드에 신뢰도가 있었어요. 결국 브랜드는 유통이 중요하거든요.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이 정공법일 수 있겠지만, 초기에 발생하는 자본적 리스크가 너무 커요.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죠. 핍스는 고객 소통을 우선으로 뒀고 우리의 콘텐츠와 제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좋은 시장 규모의 유통 채널을 선택해서 들어간 거예요. 



커뮤니티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핍스의 인스타그램(@phyps_department)


융: 핍스의 브랜드 소개글을 보면 단순히 의류 브랜드라고 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표현하는 게 흥미로워요. 브랜드를 커뮤니티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나요?

노지윤: 단순히 제품과 옷을 만들고 비주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심사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는 분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형 브랜드를 만들어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는 고객과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거예요.



융: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브랜드 마케터로서도 많이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핍스를 커뮤니티형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노지윤: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핍스의 먼데이 루틴 캠페인이에요. 두 번째는 핍스가 제안하는 키워드에 기반한 프로젝트형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여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단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핍스의 먼데이 루틴(Monday Routine) 캠페인

 

융: 먼데이 루틴 캠페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노지윤: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을 건강하게 보내자는 의미로 시작한 캠페인이에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먼데이 루틴을 함께 하는 소규모 커뮤니티죠. 실제로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저희가 먼저 시도해보고, 20명 정도의 참여자 분들께 함께할 것을 제안해요. 챌린지를 모두 완수하면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핍스 제품을 보내드리고요. 


핍스의 먼데이 루틴 캠페인 포스터


융: 팬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루틴과 리추얼이 굉장히 핫한 키워드가 되었잖아요. 핍스는 어떻게 이 키워드를 잡고 가게 되신 거예요? 

노지윤: 앞서 핍스는 체육학과란 의미라고 설명드렸는데요, 자기 계발, 습관, 체력 관리 등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를 연결짓다 보니 루틴이란 키워드가 나왔어요.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사람들의 가장 최상위의 욕망이 자아실현이에요.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는 자기 발전을 이루고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것, 건강을 챙기는 활동에 초점이 높잖아요. 시대적 흐름과 핍스가 생각한 키워드가 부합했다고 볼 수 있죠. 


핍스베어가 먼데이 루틴을 하는 모습을 그려낸 위트 있는 포스터


융: 개인적으로 루틴의 강력한 힘을 알고 있어서 핍스의 키워드가 반가웠어요. 핍스 베어가 운동 루틴을 알려주는 포스터도 잘 봤습니다. 너무 귀엽던데요! 핍스 베어는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거예요?

노지윤: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간격을 없애고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핍스만의 캐릭터, 핍스 베어라는 화자를 만들게 됐어요. 디즈니와 픽사는 캐릭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중과의 공감대를 기가 막히게 형성하잖아요. 그런데 패션은 아무리 좋은 옷을 만들어도 고객의 생애 주기에 평생 함께 하기는 어려워요. 트렌드가 계속 바뀌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패션 회사가 아니라고 정의를 내렸어요. ‘우리가 개발한 캐릭터에 우리 브랜드의 가치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자’고요. 핍스가 가진 스토리텔링 역량을 바탕으로 시도한 콘텐츠들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이유


(왼쪽부터) 티 컬렉티브, 리틀넥, 서수현 작가, 커트러리 브랜드 호랑 협업 이미지



융: 핍스의 활동들을 보면 경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컬래버레이션이 성사되는 과정도 궁금해요.

노지윤: 첫째, 브랜드 세계관이 맞아야 해요. 저희 브랜드와 나란히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브랜드여야 하죠. 둘째, 당연하지만 저희가 좋아해야 해요.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는 키워드나 아이디어를 먼저 정해서 협업 브랜드를 정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핍스의 세계관과 연결되어 보이는 브랜드를 저희가 발견해서 제안할 때도 있어요. 숨어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서 알리는 역할도 하고자 합니다.



융: 특별히 기억에 남는 컬래버레이션 사례가 있나요?

노지윤: 프리미엄 주짓수 도복 브랜드 하이퍼플라이(Hyperfly)와 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예상하지 못한 의외성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핍스가 귀여운 요소들을 많이 보여줬는데 주짓수가 나오면 의외성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핍스가 추구하는 건강이란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고요. 



주짓수 도복 브랜드 하이퍼플라이 ×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 협업 룩북



융: 최근에 서울 신당동에도 핍스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하면서 로컬 맛집을 함께 추천해주셨더라고요. 로컬이라는 키워드에도 관심이 많으신 가봐요.

노지윤: 로컬 브랜드들은 마케팅에 쓸 자본이 많이 없을 수 있잖아요. 핍스가 대신 알리면서 고객을 불러 모으고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브랜드로서의 윤리적인 역할이지 않을까요.



융: 아까 말씀해주셨던 숨어있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역할과도 이어지네요. 웹사이트에 창작자와 브랜드의 스토리가 담긴 아티클을 꾸준히 발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노지윤: 맞아요. 우리가 관심 있고 리스펙트 하는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이게 핍스가 구축하고자 하는 커뮤니티이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에요. 



핍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신당 로컬 맛집 캠페인 포스터 콘텐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영감의 원천


융: 인터뷰를 하다 보니 깊게 고민하면서 브랜드를 만들고 계신 것이 느껴집니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노지윤: 사람들과 대화하며 영감을 받아요.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깊이 있게 통찰력을 쌓은 사람과 대화하면서 많이 흡수하는 편이에요. 빈티지도 좋아해요. 기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드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역설계'라고도 표현하더라고요. 애플(Apple)도 사실은 독일 브랜드 브라운(Braun)에서 디자인 영감을 많이 얻었잖아요. 역설계를 한 거죠. 


빈티지한 무드가 느껴지는 핍스의 새로운 공간, 핍스 홈(Phyps:Home)



융: 책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책들을 읽으시나요?

노지윤: 넓은 세상을 만나고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가 책이에요. 어떤 면에서 보면 책도 빈티지잖아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고, 그걸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책을 많이 보게 돼요. 특히 일본 B2B 기업 교세라를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융: 전설적인 경영자이죠.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나 <카르마 경영>만 봐도 철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요. 그러고 보니 윤리적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많이 사용하시는 게 영향을 받으신 것 같아요.

노지윤: 맞아요. ‘윤리적 가치를 지키며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야 진짜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 패션 브랜드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차이 날 수밖에 없어요. 



빈티지한 아이템이 가득한 공간, 핍스 홈(Phyps:Home)



핍스가 꾸는 꿈


융: 다양한 브랜드 공간을 만들고 계시잖아요. 공간의 역할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노지윤: 오프라인에서 정점으로 찍고 싶은 꿈은 있어요. 첫 번째는 놀이공원이에요. 캐릭터와 세계관이 명확하게 있으니 분명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두 번째 꿈은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요. 정부부처나 국공립기관과 협업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요. 2018년에 소니(SONY)가 일본 긴자에 보유하고 있던 건물을 허물고 긴자 소니 파크(Ginza Sony Park)라는 개방형 공원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환원했던 것이 참 인상 깊었거든요. 누구나 도심 속에서 편히 쉴 수 있고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융: 놀이공원, 놀이터라고 했을 때 핍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다채로운 활동들과도 잘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팝업이나 행사도 자주 하시는데 어떤 걸 중점에 두고 만들어가나요?

노지윤: 공간에 들어왔을 때 고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요.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우선 고민합니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죠.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신용산 핍스 홈도 저희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멤버 중 한 명이 빈티지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자신의 꿈이라고 얘기했던 걸 실현시킨 공간이죠.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유다운 디자이너와 김민수 마케팅 매니저



융: 핍스는 2021년에 시작된 젊은 브랜드잖아요. 지금까지 여정을 돌이켜보면 어떠세요? 

노지윤: 핍스를 포함해 워즈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브랜드 전체 연 매출이 2년 만에 400억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어요. 역사를 썼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5명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50명의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빠르게 성장한 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고요. 당시에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는 비극처럼 느껴졌거든요. 언제 망할지도 모르고, 요동치는 것들도 많고. 그런데 한발 멀리 떨어져서 보니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돼요. 저를 믿고 같이 해준 분들에 대해서도 감사하고요. 불확실성을 베팅하고 들어온 거니까요. 다만 지금도 다양한 것을 실행 중이고 성장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아직 승리를 자축하며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신용산 핍스 홈(Phyps:Hom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 팀

 


융: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되는데요,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노지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하고 싶은 걸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규모와 역량이 늘어면 더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해요. 핍스는 체육학과라는 확실한 정체성이 있잖아요. 나중에는 헬스장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협업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운동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겠죠? 여러 갈래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핍스가 펼쳐낼 이야기들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 더 깊이 언박싱 해보기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 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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