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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박스 UNBOX Feb 01. 2023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새로운 경험을 만나는 취향 상담소

side b Vol.5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강수훈, 유현주 대표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 언박싱의 뒷면, side b는 성수동에 색을 입히고 이야기를 채워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뚝섬역 1번 출구로 나와 상원길 골목 안쪽을 천천히 걷다 보면 아늑한 분위기의 프라이데이무브먼트를 만날 수 있다



프라이데이 무브먼트(FRIDAY MOVEMENT)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주세요.

강수훈: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다 해보자’는 마음을 담은 공간이에요.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취미가 참 많이 바뀌었거든요. 스노보드, 수상스키, 농구, 축구, 클라이밍, 백패킹, 캠핑, 카누, 볼링까지…. 처음 매장 오픈을 준비하던 2015년에는 백패킹을 취미로 했었어요. 그래서 백패킹 장비샵을 운영해볼까 싶었는데,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내가 지금 백패킹을 좋아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좋아하게 될 모든 취미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싶었죠. 



‘대표님의 관심사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재밌어요. 이름은 왜 프라이데이 무브먼트(FRIDAY MOVEMENT)로 정했는지 궁금해요. 

강수훈: 공간의 이름에도 카테고리나 장르를 특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직장인 대부분 금요일이 되면 주말을 앞두고 취미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잖아요. ‘금요일이 되면 자유롭게 떠나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직업을 바꾸거나 취미, 관심사를 바꾸는 것도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이니 하나의 도전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대표님은 도전에 거침없으신 것 같아요. 

강수훈: 성격인 것 같아요. ‘고민하는 시간에 차라리 도전하고 실패하자’는 마음이 있어요. 도전을 안 해서 경험을 놓치면 아쉽잖아요. 잠깐의 두려움을 깨고 시도하면 기존의 일상과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니까요. 

유현주: 저도 겁이 참 많은 편이었는데 수훈 님을 만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닮아가는 것 같아요.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공간을 만들고 있는 부부이자 동료, 강수훈 대표(우)와 유현주 파티쉐(좌)



공간을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수훈: 유행 타는 가구, 소재들을 최소화했어요. 자주, 오래 방문하는 분들이 보시기에 질리지 않도록요. 전에 서교동에 샵을 운영하던 당시에 목재 소재 중 하나인 OSB 합판이 유행했거든요. 벽 이쪽저쪽에 붙였는데, 점점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는 3년 전에 붙이나, 지금 붙이나 차이가 크지 않는 소재들을 쓰려고 했어요. 오래된 고재(古材)나 빈티지 아이템들이 많죠.



대표님의 취향을 담는 유연한 공간, 브랜드지만 프라이데이무브먼트가 꼭 지키려는 기준이 있나요?

강수훈: 진짜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해요. 의류와 장비를 셀렉해도 써보고 꼭 마음에 드는 것만 하자고 생각하고 커피도 계속 마셔보고 정말 좋았던 원두를 선택하려 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제안했을 때,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선입견을 갖고 보시지 않더라고요. 


유현주: 그래서 그런지, 캠핑이나 서핑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수훈 님을 찾아오세요. ‘서핑 초보는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제품을 고를 때 어떤 부분을 봐야 하는지’ 등등을 물으러요. 마치 상담소 같은 느낌이죠. 진열된 제품을 사지 않으셔도 좋아요. 자주, 그리고 오래 보다 보면 고객이 친구가 되면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생기거든요. 고객과 관심사를 좋아하는 것을 나눌 수 있으니 더욱 좋죠. 



오래된 목재나 낡은 소품들로 빈티지하게 꾸민 공간, 특히 좌측 공간은 어느 오래된 서핑 대여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일까요?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을 보면 예사롭지 않아요. 특히 그립스와니(GRIPSWANY) 제품이 많은 것 같은데요. 이 브랜드 제품을 많이 디스플레이해둔 이유가 있을까요? 

강수훈: 한국에 한 번도 진출하지 않은 장갑 브랜드였어요. 작은 아웃도어 편집샵 몇 군데에서 바잉해온 정도였죠. 우연히 써봤는데 내구성이 워낙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노란색 컬러 디자인도 정말 좋더라고요.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서 본사 측에 여러 차례 컨택을 했었고 운 좋게도 한국 총판을 하게 됐죠. 


유현주: 저도 너무 좋았어요. 그립스와니가 장갑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의류, 기어 용품 모두 훌륭하거든요. 특히 대부분의 캠핑 브랜드의 의류가 남녀공용으로 제품이 나오는 편인데 그립스와니는 여성 라인이 따로 나와서 더 좋았고요. 



강수훈 대표가 좋아하는 의류와 장비를 가득 진열해둔 공간, 마치 취향 박물관에 들어온 것 같다



이렇게 공간 컨셉을 기획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강수훈: 변하는 제 취향을 담기도 하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공간을 이루는 콘텐츠들이 너무 안 바뀌면 지겨울 수 있어요. 물론 고객들 반응이 좋으면 바꾸기 힘들겠지만요. (웃음)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는 계속 변화하는 공간이어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예전 매장 사진들을 보면 지금과 또 달라요. 서핑 보드가 더 많았던 때가 있었어요. 베이커리 랩(lab)도 지상 1층으로 올라왔고요. 지금은 캠핑, 오토캠핑에 빠져서 관련 브랜드 위주로 디스플레이를 꾸며놨어요. 


유현주: 저희 둘 다 하기 싫은 건 정말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요.(웃음) 베이커리 랩(lab)을 1층으로 옮긴 이유 중에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카페 아즈니섬(@asnisum.seoul)과의 협업이 기폭제였어요. 오랜 시간 찾아주시는 단골 분들 중에도 베이커리를 저희가 직접 만드는 건지 모르셨던 분들도 계셨더라고요. 마침 햇빛 잘 들고 매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작업장을 만들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는데 잘 됐죠. 



지난해부터 외부에 있던 까눌레 작업실을 안 쪽으로 옮겨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프라이데이 무브먼트하면 베이커리와 커피를 빠뜨릴 수 없죠. 특히 까눌레와 파운드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던데요. 

강수훈: 프라이데이 무브먼트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아이템하면 단연 명실상부 까눌레예요.

유현주: 감사하죠. 한국에 베이커리, 디저트 맛있는 곳 참 많잖아요. 종류도 다양하고요. 그렇게 쟁쟁한 곳들을 저희가 이길 수는 없죠. 그래도 한 아이템만큼은 승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그니처 메뉴인 까눌레를 1년 넘게 연구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까눌레에 대해 궁금하면 우리를 찾아오게 해야지’하는 포부도 생겼고요. 제 진심이 통했나봐요. 흔히 여행을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사야 하는 물건. 이런 게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성수동에 오면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까눌레는 꼭 먹어봐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무신사가 사옥 1층에 오픈한 아즈니섬(ASNISUM)에서도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까눌레를 판매하더라고요. 어떻게 협업이 이뤄진 건지도 궁금해요.

강수훈: 처음 아즈니섬에 가봤는데 충격적이었어요. 멋지게 잘 꾸몄더라고요. 이런 공간에서 저희가 협업을 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후에 무신사 팀이 ‘왜 프라이데이 무브먼트와 협업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 주신 것도 너무 좋았어요. 먼 거리는 아니지만 다양한 공간에서 저희 까눌레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실제로 아즈니섬에서 드시고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로 연락해 주문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유현주: 사실 이전에도 납품이나 협업 제안이 참 많이 왔지만 매번 거절해왔었어요. 수훈 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무신사에서 프라이데이 무브먼트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과 제안한 내용이 무척 좋았어요. 지금은 협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답니다. 



까눌레 맛집으로 잘 알려진 프라이데이 무브먼트의 까눌레, 흑임자 까눌레는 성수 아즈니섬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asnisum.seoul)



카페와 샵을 오래 운영해 오신 만큼 많은 고객들을 만나셨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으세요? 

강수훈: 기억나는 고객, 너무 많죠. 에피소드도 많아요. 고객으로 만나 이제는 친구가 된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매장에 한 번 방문해서 이야기 나누다가 같이 캠핑이나 서핑을 가기도 해요.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얘기해 보면, 손님이었다가, 이제는 친구가 된 분들이 스태프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우리 공간을 그만큼 애정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고맙다는 마음이 드네요.


유현주: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라는 공간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겼어요. 봄, 가을이 되면 건물 옥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못했었는데 올해는 해보면 좋겠네요. 좀 더 크게 생각해 보면, 공간을 빌려서 캠핑 페스티벌을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서교동에서 6개월 동안 운영하시다가 2016년에 성수동으로 오셨어요. 벌써 성수동에 계신 지 7년이 넘으셨네요. 

강수훈: 처음에는 성수동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주변을 돌아보니 막 새로 오픈하는 작은 커피숍이나 식당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기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친구 할 만한 사람들이 많겠구나’, ‘서로 의지할 수 있겠다’ 싶었죠.


유현주: 이제는 친구들이 정말 많이 생겨서 떠날 수가 없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 커피를 내리는 친구들, 식물을 다루고 옷을 만드는 친구들까지… 보통 사회 생활하면서 친구 만들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여기서 많이 만났어요. 서로 어려울 때 찾아와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저희 아기가 100일이 돼서 100일 떡을 엄청 돌렸어요. 어렸을 때 생일파티에 친구를 초대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준비했었어요.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은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다



성수동의 여러 변화를 지켜보셨을 텐데요. 성수동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강수훈: 성수동은 천천한 속도로 잘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요. 성수동에 자리 잡으시는 분들 대부분은 성수동만이 가진 특색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니 한 번 들어가 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고요. 


유현주: 성수동은 다른 동네보다 면적이 넓고 평지가 많아요. 그래서 이동이 쉽죠. 자전거 타기도 좋고요. 서울숲부터 연무장길, 건대입구역 가기 전까지, 바운더리가 넓으니 각 지역마다 특색도 뚜렷해요.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보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프라이데이 무브먼트가 어떤 브랜드가 되길 바라시나요?

강수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성수동에 사무실도 많아서 직장인들도 커피 마실 겸 바람 쐴 겸 오시는 편인데요. 여기서 쉴 수 있는 시간은 보통 15분에서 20분 정도잖아요. 이 시간만큼이라도 생각을 비우고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유현주: 저도 오시는 분들이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공간을 더욱 여행 가는 느낌으로 꾸미기 위해 디테일한 요소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도시 한복판에 있는 작은 카페이지만, 일이든 고민이든 잠깐 내려놓고 쉬어가시면 좋겠어요. 



도심 한복판에서 여행지로 순간이동하듯 방문할 수 있는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7 1층

https://www.instagram.com/friday_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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