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모습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5
24년 1월 19일 오후 7시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변을 드렸다.
"제가 행복이 좀 챙긴다고 정신없었네요."
"병원 코로나 규정 상 남편 외에 면회는 힘들어요 어머니...."
"(중략)"
"아니요. 행복이 곁에 있겠습니다."
어머니는 많이 아쉬워하셨다.
"아이고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상견례는 못 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
"면회가 안 되는 건 너무 아쉽구나..."
그때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를 불렀다.
"여보... 여보..."
잘 되었다 싶어 통화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어머니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조리원 비용을 물어보시는 바람에,
"아들! 잠깐만!"
"산후조리원 비용 얼마나 들어가니?"
행복이는 화장실에 조금 더 앉아 있게 되었다.
"여보 잠시만 기다려줘~!"
"잠시만!"
산후조리원 비용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어? 음.. 그... 비용이요?"
"350만 원 정도 나왔어요..."
어머니께서는 흔쾌히 조리원 비용을 내주신다 하셨다.
"아들! 350만 원 내일 중으로 부처 줄게."
"행복이 옆에서 잘 챙겨주고!"
"나중에 또 통화하자!"
통화 중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네 고맙습니다 어머니..."
"또 연락드릴게요..."
아내는 병원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많이 궁금해했다.
"아까 주차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타워 점검으로 인한 20분 대기 사건을 말해줬다.)
아내의 얼굴은 빨개져있었다.
"그... 주차요원... 하... 뭐냐...?"
"여보! 빈자리 많으면 그냥 차 대고 올라와..."
"차 빼달라고 전화 오면 나가서 빼주고..."
그래서 자리를 피할 겸 데스크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했다.
"오... 전화 오면 나가서 차 빼주는 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
"아 참! C간호사가 당신 소변보면 말해 달라고 그랬었는데~"
"데스크에 가서 말해주고 올게!"
C간호사는 아내의 소변 소식을 듣자마자 516호로 유축기를 가져다주었다.
"이행복 산모님 소변보셨나요?"
"여기 유축기 들고 왔습니다."
"나중에 신생아실 콜 오면 유축하신 거 들고 수유실로 가시면 되세요."
담당 의사 선생님도 516호를 들러 지나가셨다.
"이행복 산모 좀 어때요?"
"소변봤어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먹어도 되니깐 남편한테 많이 사달라고 해요."
"다음에 또 봅시다."
의사 선생님은 "평생 잘해주겠다"는 내 다짐을 기억하고 계신 듯했다.
저녁 식사로는 미역국과 생신구이 그리고 밑반찬 3종류가 배달되었다.
"이행복 님? 저녁 식사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새벽부터 쫄쫄 굶고, 꼬박 13시간의 진통을 견딘 아내의 첫 끼였다.
아내는 그 와중에도 남편 끼니를 걱정했다.
"여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지?"
"당신도 나가서 뭐라도 좀 먹고 들어와...."
하지만 이미 집에서 음식을 양껏 먹고 왔던 터라, 배 불러서 배가 아픈 상황이었다.
"여보... 당신이 이렇게 아픈데..."
"괜찮으니깐... 걱정 말고 얼른 저녁 먹어..."
봉합 부위가 아파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아내를 보니, 차마 집에서 양껏 먹고 왔다고 얘기할 수 없었다.
아내는 이내 진통제를 찾고야 말았다.
"여보... 너무 아파..."
"가서 진통제 주사 좀 놓아 달라고 해줘..."
황급히 데스크에 C간호사가 있는지 살폈다.
다행히도 데스크에 C간호사는 없었다.
(C간호사는 T실습생을 교육하고 있었다.)
절호의 타이밍을 놓칠세라, 신속히 데스크로 가서 A간호사한테 진통제를 요청했다.
"선생님 516호 이행복 배우자입니다."
"오늘 아내가 출산했는데, 봉합 부위가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맞고 싶어 합니다."
A간호사의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네 병실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실게요."
기다리는 동안 혹시나 C간호사가 대신 들어올까 봐 긴장상태로 얼어 있었다.
C간호사 들어오게 된다면, 아내의 역적이 되는 셈이었다.
옆에서 아내는 계속 진행상황을 궁금해했다.
"여보..? 진통제 놓아준다고 그래?"
차마 아내한테 C간호사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 어... 조금 기다리라고 그러네..."
"그런데 여보...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다행히 A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산모님 많이 아프신가요?"
"오늘은 진통제 드리지만, 다음부턴 아프시더라도 조금 참아보세요."
진통제를 맞고 나니 아내는 한결 나아 보였다.
그때 캐논 벨소리가 울렸다(동생이었다.)..
"여보 동생 전화 왔네?"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전화를 받으니 동생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오빠! 득남 축하해!"
그리고 먼저 상견례 얘기를 꺼내며 아쉬움을 표했다.
"내일 오빠가 상견례 못 오는 거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난 오빠가 새언니 케어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너무 고마웠다.
"그래 유영아... 이해해 줘서 고맙다..."
"오빠가 나중에 또 연락할게..."
병실로 돌아오니 아내는 벌써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도 집에서 가져온 매트릭스를 침대 옆에 깔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이렇게 출산 당일이 지나갔다.
따복이 탯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