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6

by 남유복

24년 1월 20일 토요일


눈을 잠깐 감았다 떴을 뿐인데, 날이 밝았다.


밤새 시술 부위가 아팠는지, 아내는 벌써 깨어 있었다.

"아으... 새벽에 진통제 효과 떨어지니깐... 다시 너무 아프더라고..."

"좌욕을 좀 해볼까 하는데..."

"좌욕이 시술 부위 호전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네."


그래서 병실 변기에 좌욕대야를 세팅한 후, 아내를 화장실로 데려다주었다.


때마침 C간호사와 T실습생이 516호로 들어왔다.

"혈압 체크하실 시간입니다!"


C간호사는 순차적으로 혈압 체크를 해나갔다.


T실습생은 노트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C간호사가 알려주는 것들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T실습생의 눈에는 C간호사에 대한 존경이 가득 차 있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아내가 나를 불렀다.

"여보... 여보..."


헐레벌떡 복도로 나와서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화장실에 핸드폰을 가지고 갔었다.).

"여보... C간호사가 지금 우리 병실에서 혈압 체크 중인데..."

"어떻게 할까?"


아내는 화장실에 조금 더 있고 싶어 했다.

"아... 혹시 C간호사 가면, 다시 알려줄래?"


C간호사가 병실에서 나가자 화장실에서 아내를 다시 데려왔다.

"정말 고생하네..."

"좌욕 하루에 2번 해야 한다고 그랬지?"

"이따 오후에도 내가 대야 세팅해 줄게."


잠시 후 식사 배달이 왔다.

"이행복 님 아침 식사입니다."


다행히 아내는 어제와 다르게 술술 밥을 잘 넘겼다.

"맛있네..."

"어제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그때 C간호사가 다시 516호로 들어왔다.

"이행복 산모님 혈압 체크 시간입니다."

" 어? 식사 중이시네요?"

"그러면 잠시 혈압 먼저 재고 드실게요."


C간호사는 약 15분 동안 꼼꼼하게 혈압을 재고 다시 퇴실하였다.


나도 배가 고파서, 아내한테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했다.

"여보 나 편의점에서 뭐 좀 먹고 올게."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 마저 먹고 있어."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내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홍조를 띤 아내 얼굴)......"


이상 기운이 감도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음...? 왜 그래 여보?"

"편의점 가지 말까...? (ㄷ.ㄷ)"


아내는 식기 반납을 부탁했다.

"여보... 포만감 때문에 더는 못 먹겠어..."

"좀 많이 남기긴 했는데... 어쩔 수 없을 거 같네."

"나가면서 반납 장소에 좀 놓아줘..."


얼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아, 별말 없이 식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식기 반납 장소는 데스크 옆에 있었는데, 때마침 거기에는 C간호사와 T실습생이 서 있었다.


식판을 반납하자 C간호사가 식판을 유심히 보더니 우려를 표했다.

"보호자분 산모님이 아침을 좀 많이 남기셨네요?"

"식사량을 조금 더 늘리시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T실습생은 옆에서 C간호사가 하는 말을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었다.


먼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아내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여보... 1월 산모들이 많아서 조리원에 자리가 없다고 하네..."

"조리원 입실 날짜가 하루 밀렸어..."

"22일 월요일이나 되어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엄청난 비보였다. 현 상황이 정말 비통할 뿐이었다.

"당신 얼른 1인실에서 편히 쉬면서 마사지도 받고 그래야 하는데..."


아내는 출산 후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여보... 나 발이 차...

"손목이 너무 아파..."

"골반에서 계속 삐그덕 소리가 나..."


아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두 번째 임무를 자처했다.

"여보! 수면 양말이랑 손목 보호대 필요하다 그랬지!?"

"근처 다이소에서 사 올게!"


아내는 너무 좋아했다.

"오~ 비둘기! 좋아 좋아!"

"그러면 봄봄에서 따뜻한 디카페인 카페라테도 부탁해!"


병원 1층 로비로 내려가니 조부모님들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로비 안내 직원은 일일이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

"마스크 착용하셔야 돼요!"

프로필 사진1.jpg 따복이 발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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