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와 때문에의 차이 사이에서
난 “ 덕분에 “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언뜻 들었을 때, 뭔가 늘 “ 감사하다 “는 표현과 함께 쓰일 것만 같은 따뜻한 “ 덕분德分 “이라는 명사와 “ 에 “라는 조사의 만남.
난 대한민국 엄마인지라, 내 생각이나 사상을 아이에게도 반복해 이야기하는 편인데, (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자주 하는 편이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 우리 아이가 대부분 쓰는 “ 때문에 “라는 단어는 가능하면 “ 덕분에 “로 고쳐주곤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그 문구조차 앞에 무엇이 붙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는 걸 깨달았다.
“ 내 덕분에 “와 다른 주체자 뒤에 붙는 “ 덕분에 “가 주는 어감의 차이.
예를 들면 당신 덕분에, 니 덕분에, 부모님 덕분에, 친구덕분에, 자식 덕분에… 가 있겠다.
난 주로 좋은 일은 다른 사람 덕분으로
나쁜 일은 나 때문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하는 편인데, 그것은 생각 외로 나를 위한 이기적인 이유이다.
그래야 작은 좋은 일에도 감사함으로 기쁨이 크게 느껴지고, 큰 나쁜 일에도 낙담이 덜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누군가로부터 “ 내 덕분에 “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난 전혀 다른 말처럼 들려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리고 대답은 조금 더뎠다.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하자면,
“ 내 덕분에 잘 되지 않았냐? “정도의 말이었는데, 묘하게 반감이 들었다.
그 사람 덕분인 건 맞았다.
아니, 그 사람 때문에 그 행위를 한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괜한 반항심? 같은 감정이 실렸다.
물론 그 말에 긍정의 대답은 하였지만…
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고 따랐을 뿐,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었거나, 내가 하고자 계획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불필요한 객기 같은 것이었을까.
인생은, 아니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 오늘 ‘ 단 하루조차도 내 마음대로 진행되어지지 않는다. 물론 자기만의 루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누군가의 말 한 마디나 전화 한 통으로 생각보다 쉽게 지켜지지 못하거나 예상과는 아주 다른 하루가 완성되기도 한다.
그런 당신의 인생엔 생각보다 “ 덕분에 “로 당연히 이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모두가 알다시피 산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크게 좋은 일도 바라지 않게 된다. 그저 무탈하고 별 일없이만 하루하루가 어어져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복잡하고 얽히고설키고 살 수록 생각보다 냉정하고 쉽지 않은 인생살이에
“ 내 덕분 “이 아닌 “ 니 덕분 “을
새겨 넣어보자.
사람마다 그 대상이 가족, 친구, 동료 여러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될 수 있겠지만,
그 “ 니 덕분에 “로 내가 누리고 있는 아주 사소한 사치도 생각해 보면 일상 곳곳에 찾아진다.
그런 덕분에 그저그런 오늘이, 특별해지는 그런 순간이 온다.
나를 굳이 예를 들자면,
아픈 곳 없이 출근했다 무사히 퇴근해 주는 남편 덕분에, 다른 일엔 아직 다 엄마차지지만 과제만은 스스로 해 가 주는 아들 덕분에, 연세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도 건강히 하루를 보내고 계신 부모님 덕분에,
나의 오늘 하루는 무탈하였다.
그런 덕분에 말이다.
고로 나의 오늘 하루는 그저 그런 날이 아닌,
특별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