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600명이 나를 바꿨다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 그 느슨하고도 단단한 연대에 대하여

by 하랑팀장

숫자 하나가 사람을 바꿀 때가 있다.

내게 600이라는 숫자가 그랬다.


브런치 팔로워가 600명을 넘어선 지 열흘이 훌쩍 지났다. 이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면서 깊은 감사함이 밀려온다. 누군가 나의 문장에 눈길을 주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기꺼이 '구독'이라는 버튼을 눌러주었다는 사실. 특히 자신의 지갑을 열어 유료 멤버십을 신청해 준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함을 넘어 묵직한 책임감마저 느낀다.


매달 브런치에서 '멤버십 정산'이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보내줄 때마다 그 무게는 더해진다. 어떤 비율과 산정 방식으로 내게 오는지 그 세세한 메커니즘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나의 문장을 통해 연결된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직 생활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늘 '성과'와 '결과'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트랙 위를 달렸다. 보고서의 문장 하나, 다면평가의 피드백 한 줄에 흔들리며 버텨왔다. 그런 내게 브런치는 일종의 퀘렌시아(Querencia)이자,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임원 보고를 복기하며 반성하고, 주말 아침의 피로를 고백하는 그 가감 없는 글들에 독자들은 따뜻한 공감으로 화답해 주었다.


영국의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9세기 영국의 예술·사회 비평가)은 “책은 그것을 쓴 사람의 가장 고귀한 정신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대작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매일 써 내려가는 기록 역시 우리의 가장 진실한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잘 쓰려 하기보다 솔직해지려 애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며, 동시에 세상에 조심스럽게 건네는 악수와 같다.


심리학에서는 자기 노출의 상호성(Reciprocity of Self-Disclosure)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먼저 솔직하게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면, 상대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보낸다는 이론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서툰 고백과 직장 생활의 단면들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았을 때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이 돌아왔다. 글쓰기는 이처럼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가장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이다.


많은 이들이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어주겠어?”라며 시작을 망설인다. 혹은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라며 스스로 선을 긋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글은 잘 써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닿아서 읽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이 바쁘고, 회사에서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며, 주말의 휴식을 기다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만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이 다른 이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는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 맴도는 생각이 있다면, 오늘 가만히 자판 위에 손을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잘 쓸 필요도, 멋진 표현을 찾을 필요도 없다. 투박하더라도 당신의 문장에는 당신만의 결이 담겨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나를 믿고 지켜봐 주는 600여 명의 다정한 시선들을 떠올린다. 그 시선들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나의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건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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