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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Jan 31. 2023

먹는 걸로 사람 꼬시는 회사 면접 봤습니다

인턴 지원기 2부: 면접 썰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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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까지 끝났다. 그런데 종강일이 인턴 서류 제출 마감일이라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오후 4시에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와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고는 있는데... 12시까지 쓸 수는 있을까.


인턴 알파하의 인턴 지원기 2부. 이번엔 면접 후기다.

- 인턴 지원기 1부: 취업은 멘탈싸움


*이번 글은 핀휠 겨울인턴 알파하의 이야기입니다.


<알파하의 우당탕탕 핀휠 생존 일지>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네 결국, 자기소개서 12시 안으로 못 끝냈습니다.


사실 전 날에 늦게 제출할 것 같다고 미리 말씀드리긴 했지만, 진짜 새벽 늦은 시간에 제출해서 속상했다. 혹 시간 약속 못 지키는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걱정과 달리, 다행히 제출한 다음 날에 바로 괜찮다는 답장이 왔고, 친절하게 면접 일자를 안내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면접 일정까지 잡고 빨리 면접 날이 되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또 맥주 파티 참석하시냐는 연락이 와 있었다. …저 시험은 끝났어도 아직 남아있는 팀플 있거든요, 면접 전까지 부지런히 해야 한단 말이에요 흥.


파티 되게 좋아하는 회사인가 보네…


A FEW MOMENTS LATER <출처:스폰지밥>


드디어 기다리던 면접 날


드디어 기다리던 면접 날이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은 설렘이 가득했…지 않고, 막막한 게 더 컸다. 자기소개서 질문들을 다시 봐도 면접에선 대체 어떤 내용을 물어보실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고민만 오래 해봤자 시간만 버릴 뿐이다. 어정쩡하게 준비해서 더 심란할 바에는 깔끔하게 접고, 그냥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대화하고 온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라고 호기롭게 말했는데 어라, 긴장이 되었다. 이래서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전은 다르다고 말하나 보다. 분명 길 헤매지도 않고 여유롭게 일찍 도착해서 잘 풀리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었다. 그런데 이게 방심했던 것인지, 전화로 도착했다고 말씀드리고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다. 그 순간 갑자기 긴장이 확 되기 시작했다. 휴 역시 사람은 뭘 하든 방심하면 안 돼.


그때, 선비 같은 한 분이 내려오시면서 환한 미소로 ‘하하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다. 나와 김선비 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혹시 긴장되세요?” 하하 네 너무나도요. 하지만 내 속마음과 다르게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유 괜찮습니다, 지금 긴장 안 돼요. 아니 안 되는 게 아니라 되긴 되는데 어.. 편한 마음으로 왔어요.”

… 망했군. 방금 나 너무 바보 같았다.


나는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는 습관이 있다. 이게 면접에서는 큰 장점이 되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골칫거리이다. 머릿속으론 이렇게 말해야지, 해도 실제로는 긴장해서 짧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불필요하게 길게 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 꼭 면접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약간의 후회를 하면서 아쉬워하곤 한다. 

… 바로 지금처럼. 

‘아 뭐 그런 쓸데없는 말을 왜 그렇게 길게 말해. 안 그래도 새벽에 제출한 게 자꾸 마음에 걸리는데... 씁 오늘 롱패딩 말고 코트 입고 올 걸 그랬나. 아악!’


이런. 편안하게 대화로 긴장 풀어주시려는 김선비 님의 의도와 다르게 나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가는 걱정과 함께 더 긴장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환한 미소와 함께 어색한 행동으로 날 맞이해 주셨다. 그렇게 모두가 어딘가 뚝딱… 거리면서 인사를 나눴다. 자리에 앉자, 다들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마스크 벗으셔도 돼요! 편하게 있으세요”


앗 이런, 그렇게 이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내 표정을 가릴 수 있는 유일한 가리개와 이별하게 되었다. 안녕…

마스크 벗음과 동시에, 대표님의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면접 질문


“오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자기소개서 너무 잘 쓰셨던데, 특히 2번 좋았어요. 음악 듣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대학교 다니는 거 어때요? 재미있어요?”

“보통 친구들이랑 뭐 하고 놀아요?”


면접.. 보단 어째 명절에 얼굴 기억나지도 않는 삼촌들과 서로 안부 물어보면서 얘기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지, 자기소개서에 대한 내용 안 물어보시나? 아님 관련 경험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면서 슬슬 걱정이 될 때쯤, 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지원 계기, 내가 생각하는 봉사의 의미 등 제법 내가 알고 있는 면접 형식의 질문이 이어져 왔다. 계속해서 질문에 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장도 풀리면서 답변도 생각한 대로 잘 나왔다.


그렇게 한창 집중이 잘 될 때, 면접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2초 간 정적이 흘렀고 대표님과 직원 분들이 서로 눈빛 교환하시길래 ‘아 이제 진짜 하이라이트 질문이구나. 본격적인 시작이구나. 정신 바짝 차리자. 대답 잘해보자고.’라고 생각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점심 뭐 먹고 싶어요?


… 예?


뭐지. 내 메뉴 선정 능력을 테스트해보려는 건가. 하하 혹시 몰라서 오면서 식당 몇 개 찾아놨는데, 솔직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닭갈비 먹고 싶다고 할까? 아님 첫 만남이니까 좀 분위기 있게 양식? 씁 뭐라고 하지.


그렇게 한창 고민하고 있던 중, 목소리들이 들렸다.


"대표님 중국집 어때요?"

"오 좋다, 알파하님 혹시 중국집 좋아해요?"

"여기 근처 홍콩반점 있는데 진짜 맛있거든요"

"그럼 거기로 가시죠"


어라… 처음 하는 식사인데..? 중국집 괜찮은 건가, 근데 그건 둘째치고 저한테 물어보신 거 아니었나요…?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나? 뭐, 저야… 짜장면 좋아하니까 괜찮습니다만. (역시… 긴장된 와중에도 먹짱의 본능은 어디 안 간다.)

아니 잠시만, 저 이 정도로만 답하면 돼요..? 아직 뭐 업무 관련 얘기 언급도 없었는데?


"아, 그리고 알파하님, 밥 먹으면서도 계속 얘기 진행할 거니까 편안하게 가시면 돼요."


휴 아직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다. 근데 음.. 방금 하신 말씀이.. 밥 먹으면서 면접 진행한다는 소리인데 편안.. 하려나? 아휴 모르겠다. 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면접 후기가 맞나...


… 최고의 짜장면이었다. 너무 맛있는데?

배우신 분들이구나. 괜히 이곳으로 간 게 아니었어. 역시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군 음음.

(편집자 대드리 曰, 제가 홍콩반점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홍콩반점 낙성대점은 진짜 맛있어요. 광고 아님.)


"다음으론 여기 할리스 갈래요?"


아, 호감도 급상승. 바닐라 딜라이트가 맛있다는 추천에 바로 그걸로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커피 특유의 씁쓸한 맛과 바닐라의 달콤한 향이 완벽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는 게 아주…아차차, 난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면접 보러 온 사람이다. 후 현혹되지 말자, 저 사람들한테 뽑힐 수 있게 아주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된다고. 아 근데 너무 맛있는데.

하여간, 먹을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구나


... 애써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무색하게, 너무 재미있게 웃고 떠들었다. 음료수 취향을 시작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 봉사 활동, 취미 활동, 게임 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집 갈 때는 너무 웃어서 광대가 얼얼할 정도였다. 아 정말 이게 맞는 건지, 혼란의 연속이었다.


엄마, 미안 딸 인턴 면접 망한 것 같아. 다른 알바 알아봐야 하나..

타이밍 좋게 알바 천국에서 온 알람이 핸드폰 화면에 가득 찼다. 그리고... 더 심란해졌다.


왜 하필 온 것도 쿠팡 상하차야….(이전에 한 번 해봤던 알바가 쿠팡 상하차 알바였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결과 발표


하얗게 불태웠어

뭔 정신으로 온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멍 때리면서 어찌어찌해서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심란한 마음에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했다. 우울할 땐… 싸만코지.

띡띡 결제창을 누르고 아이스크림 봉투를 뜯은 순간, 갑자기 핀휠 담당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뭐지? 나 뭐 두고 간 거 있나? 불안한 마음으로 받자, 김선비 님의 친절한 음성이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핀휠입니다~ 우선 오늘 면접 너무 고생하셨구, 지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알파하님 가시고 쭉 저희끼리 회의해 본 결과, 합격이세요.”


“넼?!”


어후, 너무 놀라서 방금 산 아이스크림 떨어뜨릴 뻔했다. 내 소중한 싸만코.. 절대 지켜

아니 근데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합격이라니? 그 면접에서 대체 어떤 나의 가능성을 보신 걸까. 어안이 벙벙했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 … “

너무 놀라서 김선비 님이 뭐라 말씀하시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스크림만 옴뇸뇸 먹을 뿐… 맛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에게 면접 보고 왔다는 말과 동시에 합격 소식을 말하자, 엄청 기뻐하셨다. 그제야 합격했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고, 그날 하루 내 기분은 완전 째졌다.




알파하

현) 핀휠 23'겨울방학 단기 인턴

현)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소리샘 복지관 등 어릴 때 복지관에 다녔던 기억이 나를 사회복지사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봉사활동 시간만 352시간. 주변에서는 복지사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아마도 계속 이 길을 가겠지? 청각장애 중증 판정을 받았지만, 어릴 때 인공와우 수술을 한 덕분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배터리가 닳으면 듣지 못할 수 있어 10시간 넘게 바깥에 있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갈 수 있는 삶이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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