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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Feb 16. 2023

인턴 첫날 뇌물을 받았습니다

먹는 걸로 사람을 꼬시다니. 결국 먹을 거에 넘어가버렸다.

과연 적응은 잘할 수 있을지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출근한다. 

생애 첫 인턴을 하게 된 알파하의 입사 적응기를 살펴보자.


핀휠 겨울인턴 채용기가 궁금하다면, 

P사 첫 인턴 채용기

취업은 멘탈싸움

먹는 걸로 사람 꼬시는 회사 면접 봤습니다


*이번 글은 핀휠 겨울인턴 알파하의 이야기입니다.



대망의 인턴 첫 출근날


내가… 내가 인턴이라니!! 개쩐다

ㅉ...쩐다

평소에 아르바이트하는 친구, 대학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 라며 시무룩해 있곤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와 비교해 봐도 내 이력서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청각 장애가 있다고 적혀 있어서인지 아니면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어서 그런 건지… 스무 번을 지원하면 스무 번 다 무시당했다.


그렇게 26번을 지원해 보고 다 떨어진 이후로는 장학금 개념이 있는 대외 활동을 통해서 그 활동들로 간신히 용돈벌이를 하며 살고 있었다. 아니 근데 대외 활동 선발이 더 어려운 걸로 알고 있는데, 대체 아르바이트는 왜 떨어진 걸까. 나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여전히 그 이유를 모르니 답답할 뿐이다. 흥, 날 떨어뜨리다니 두고 보라지.


아무튼 인재 보는 눈이 있는 P사에 설레는 발걸음으로 출근했다. 너무 설렜던 것일까, 1시까지 오는 것이었는데 12시 반에 도착했다. 이런. 괜히 십 분 정도 주변 거리를 배회하다가 결국 전화를 드렸다.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뭐지, 이 익숙한 연결음은? 몰래카메라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그런 거? 아님 뭔 일 생겨서 구급차에 실려 가신 건가. 헉! 어떡하지! 그래서 저기 1층에 아무도 없는 거야?? 내 당장 119를..!


…는 무슨. 내가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쯤, 타이밍 좋게 한 번 뵀다고 익숙한 롱패딩 부대들이 저 횡단보도로부터 무언가를 낑낑 들고 오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헉 와있으셨네요? 좀 더 빨리 올걸”

“전화 왔었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이사하시는 건가? 왜 이렇게 다들 큼직한 짐을 들고 계시지..?


알고 보니 그 짐들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다. 2개월간 일하면서 필요할 것들, 웰컴 선물 등 이것저것 열심히 준비해 봤다고 말씀해 주셨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할 지,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해 주신 게 느껴졌다.


인턴 첫날 냅다 책상부터 기념으로 남겨봤다


노트북 받침대부터 각종 컴퓨터 선, USB 연결선, 다이어리, 간식, 가위 등 응? 가위는 왜 있는 거지 딱 필요한 물품들을 알차게 준비해 주셨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주전부리로 채운 뇌물 종이컵까지.. (사진 찍을 때는 어째서인지 조금은 부끄러워져서 뇌물이라 쓰여 있는 면은 뒤로 돌렸다) 그리고 종이컵 면마다 메시지를 써주셔서 누구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었다.


WELCOME GIFT는 당신♡
문제의 뇌물. 그리고 싸인. 응?


“누가 어떤 말 쓰신 거예요?” 나의 질문에 모두가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맞춰보라고 말했다.

아, 그냥 모르는 채로 넘어갈걸.


결과는 절반은 맞히고 절반은 틀렸다. 50%의 정답률, 나쁘지 않다.

WELCOME GIFT는 당.신.♡ / 뇌물 /  반가워요(본인 싸인) 등 훈훈한 문장들을 보면서 입꼬리 씰룩씰룩 올리고 있었는데, 어라 한 문장이 보이질 않는다. 김선비 님께서 요리조리 뒤집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남은 하나는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다 빼야만 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와르르 책상에 쏟자, 세상에 아니 이 종이컵 하나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넣을 수 있었던 건지… 사탕, 초콜릿이 왜 이렇게 많아? 2월이 된 지금까지도 열심히 먹고 있다. 냠


그렇게 쏟고 종이컵을 들여다보자,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성자를 닮아 고고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문장이 보였다.


어서 와, 사회는 현실이란다

김선비 님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세요 흥.



핀휠 감동의 온보딩


오늘은 첫날이고 하니 사수 대드리 님의 안내에 따라 노션에 적응하고, 호구박 대표님, 김선비 님, 알바트로 준 님에게 각각 업무를 소개받으면서 회사와 업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업무를 수행할 때는 주로 ‘노션’이라는 업무툴을 활용해서 일한다고 한다. 페이지 추가부터 할 일 체크 리스트 생성까지 다양한 기능이 있었고,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프로젝트면 그 문서에 그 사람을 멘션해서 같이 작업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아는 문서 사이트라곤 한글, 워드, 구글 문서뿐이었는데.. 이 모든 기능을 한 곳에 합쳐서 작업하는 느낌이었다. 우왕 신기해.


세팅해 주신 컴퓨터를 괜히 만져보고 야 그거 너 집에 있는 컴퓨터랑 똑같아, 노션의 다양한 기능에 적응하기 위해 이것저것 클릭해 봤다.


접속해 보니, 메인 페이지에는 팀 목표부터 각종 프로그램, 각종 서류 등 처음 보는 내가 봐도 이해하기 쉽게 세세하게 정리를 해두셨다. ㅎr 감동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감동의 눈물


가장 먼저 누른 것은 맛집 지도였다. 장소는 물론이고 평점까지.. 이 사람들 정말 먹을 것에 진심이다.



핀휠 관찰기


핀휠은 취업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컨설팅 등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의 욕구에 맞게끔 취업을 연계해 주는 회사이다. 업무는 대드리 님은 마케팅, 김선비 님과 알바트로 준 님은 영업, …. 그리고 대표님. 이렇게 나눠어 있었다.


몇 주간 관찰해 본 결과, 다들 개성 있는 사람들인 만큼 생각도, 업무 수행 방식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렇기에 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게 정반대이며 다 다른 스타일을 가졌음에도 그들이 고민하는 것은 같았다. 핀휠은 ‘어떻게 하면 고객이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바탕으로,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이 본인이 가진 역량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등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만큼 많은 시도를 해보는 회사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의견을 편하게 공유하고 반박하는 모습이었다. 어? 이게 왜?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 생각한다. 의견을 내고 공유하는 회의 과정은 어떻게 보면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하는 조금은 부담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모두가 좋다고 할 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핀휠의 분위기는 그만큼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직위에 상관없이 서로를 경청하며 괜찮은 의견은 곧바로 반영해서 수정하고, 이렇게까지 수평적인 회사가 몇이나 될까, 오죽하면 사수님 닉네임이 대드리인가.


… 분위기는 그렇다 치고 처음엔 대화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회의를 진행 중이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그 점은 적응하는 데에 조금 애먹었다. 이게 바로.. 말하듯이 노래 아니 회의해라? JYP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스타일이다.


무엇보다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밥.이었다. 면접 때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긴 했지만, 정말 이 근처 모든 식당 음식이 맛있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입맛이 없는 상태였다. 나에게 2022년은 유독 스트레스가 많았던 한 해였기에 더욱 그랬다.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어찌나 서러웠던지.


원래는 인턴 근무 시간이 1시부터 5시까지인데, 내가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좀 있는 편이어서 대표님과의 대화 끝에, 깔끔하게 12시부터 출근하여 점심을 같이 먹고 일하기로 했다. 덕분에 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을 수 있는 새ㄲ.. 아앗 아무튼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근데 이분들, 앞서 말한 맛집 지도가 있을 정도로 정말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참고로 1월 간 함께 점심을 먹은 식당이 한 군데도 겹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최고의 복지 아닌가,


여러분,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갑자기 짐의 입맛이 솟구쳐 오르는구나



그래서 대표님 저희 내일 점심은 뭐 먹어요?



알파하

현) 핀휠 23'겨울방학 단기 인턴

현)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소리샘 복지관 등 어릴 때 복지관에 다녔던 기억이 나를 사회복지사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봉사활동 시간만 352시간. 주변에서는 복지사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아마도 계속 이 길을 가겠지? 청각장애 중증 판정을 받았지만, 어릴 때 인공와우 수술을 한 덕분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배터리가 닳으면 듣지 못할 수 있어 10시간 넘게 바깥에 있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갈 수 있는 삶이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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