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턴은 장애인만 채용합니다
사전 설명 Information
핀휠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참여해 왔던 장애가 있는 대학생들 중 우리 회사에서 인턴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요구가 계속 있어왔다. 어느덧 겨울방학 시즌이 다가왔고, 우리는 인턴 공고를 올리게 되었다. 핀휠은 왜 방학 인턴을 채용하게 되었고, 지원자격에는 왜 장애인만 들어가게 되었을까..!
이번 글은 대표 호구박과 마케터 대드리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쓴이)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대표님 우리 인턴을 어떻게 채용하게 되었는지 써주세요’라는 대드리의 요청을 받고는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호구박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짧게, 최대한 짧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야만 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사람은 배운 것보다는 보고 자란 대로 산다고 들었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호구박은 어릴 때부터 호구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60줄이 훨씬 넘으신 부모님은 결혼하실 때 무슨 각오가 있으셨는지, 첫째 자녀를 낳고는 무조건 둘째는 입양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결혼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집은 입양에 대한 그 어떤 사전 고민도 없이 무조건 둘째 동생을 심지어 국내 1호로 공개 입양을 했다.
아니 뭐 입양이 뭔가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나는 살면서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부모를 나누는 법부터 배워왔던 것 같다. (그런데 아니 동생이 좀 많이 적다고 생각하셨는지 하나 둘 자꾸 입양을 하시더니 어느새 내 아래 동생이 9명이 되고 말았다. 힘도 좋으셔) 그러다 보니 동생들 중에 장애가 있는 동생들도 있어서, 사회복지사라는 진로를 선택할 때 크게 어려움 없이,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하면서 만나본 동료들 중 두 명이 장애가 있었다. 그렇게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거나, 함께 일하는 것에 부담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내 동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알바트로 준 님은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에 하는 실습을 아동 복지 쪽에서 했었고, 김선비님은 복지사로서 클라이언트로만 장애인들을 만나보았으며, 대드리님은 여기 입사하기 전에 봉사 활동으로 만나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 와서 만나본 것이 가장 제대로 만나본 경험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미리 해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장애인들을 일하게 만들겠다고, 나는 꼭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고 사업장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동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래서 만나는 분들에게 ‘나중에 우리 인턴 뽑으면 지원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장애인 인턴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글쓴이)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맥주 파티 때 아직 학생이신 우성님은 말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2개월 이상의 인턴 이수가 필수라고.
휠즈 1기*였던 민규(가명)님과 지우(가명)님은 핀휠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휠즈: 핀휠에서 운영했던 SNS 에디터/사회공헌가 육성 과정으로 복지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카드 뉴스, 포스터 등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외에도 핀휠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의사를 내비쳐주었던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돈이 없는 스타트업이라 이번 겨울방학에 딱 한 분만 파트타임으로 인턴 고용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2개월 파트타임 조건으로 인턴 공고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지원을 해주신 분들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길고도 긴 면접을 진행하였다.
사실 인턴 채용을 결심하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모두 의견이 분분했다. '일단 같이 일하자'부터 '아직은 우리에게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으니 나중으로 미루자'까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하는 회사에서도 2개월 같이 일할 인턴을 뽑을지 결정하기까지 이렇게 의견이 다양했는데 일반 기업에서 왜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지 알 만했다.
대개 사람 한 명을 뽑기까지 굉장히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자된다. 채용 포털인 '사람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에서 직원 1명을 채용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32일, 비용은 평균 1,272만 원이라고 한다. 핀휠에서 서비스를 진행해 보니,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과 만나본 경험이 적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몰라서"가 꼭 포함되었다. 일반적인 채용에 있어서도 저렇게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데, 장애인 채용을 진행하려고 보면 알아야 할 게 또 한가득이다 보니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려울 만도 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시간도 돈이고, 노력도 돈이니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기업에서 더 쉽고 편안하게 장애인을 채용할지, 채용 과정에서 장애인 구직자가 가진 장애가 취업에 문턱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가 우리의 현재 주요 서비스 내용이자 미션이다.
사실 "다 똑같은 사람이야. 만나보면 별 거 없어"라고 표현해 주던 대표님의 말씀이 처음에는 무슨 말일까 싶었으나, 1년 넘게 많은 장애인 고객분들을 만나본 결과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장애인 동료가 생긴다고 상상했을 때, 드는 생각들을 일반적인 동료라고 바꿔보았을 때도 그대로 그 생각들이 성립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 처음 장애인 동료가 생긴다면 내가 혹여 말실수를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만나고 보니 말실수는 보통 인생을 살면서 조심해야 하는 걸 똑같이 조심하면 되는 거였지, 장애인을 만난다고 별다르게 더 조심해야 하고 그런 건 없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만나보고 놀아보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언제나처럼)
만나보면 알게 된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건 또박또박한 말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필요한 건 경사로가 있는 식당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필요한 건 조금의 기다림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필요한 건 즐겁게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자리였다는 것을.
요즘 사무실에 든든한 인턴이 생겨 더욱 힘차고 생기 돋는 회사생활이 되고 있다.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이 나와서 브런치에 모두 연재하고 싶다.
1월 2일부터 일했으니 벌써 보름이 넘게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있는 사이인 핀휠 첫 인턴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들려드리려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인턴 지원기부터 핀휠의 시그니처인 3시간 면접썰, 인턴 경험기 등을 들려드릴 예정이니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