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핀휠 Mar 15. 2023

삼시세끼 감자떡만 먹다가 그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또는 발달장애인들이 억압된 환경에서 생활할 것 같고 회색빛 공간에서 살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고, 누군가는 밥보다는 자극적인 라면을 좋아하고 건강야채음료보다는 파워에이드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생일 때는 피자와 치킨 중 좋아하는 걸 골라보라고 하며, 다 같이 치킨 파티를 열기도 한다. 입맛도 까다로워서 싫어하는 건 입에 대지도 않는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오늘은 내가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있었던 일을 풀어보려고 한다. 



님아, 그 감자떡을 주지 마오


여름 시즌에 법인으로 아주 많은 양의 감자떡이 후원으로 들어왔었다. 이제와 하는 소리지만, 원장님과 감자떡 업체와의 어떤 은밀한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정기적으로 꾸준히, 많이, 감자떡이 후원으로 들어올 줄이야… 원장님은 감자떡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감자떡과의 전쟁.

아침에 출근 후 장애인 이용인들과 함께 오전 간식으로 감자떡. 점심에 흰쌀밥 위에 감자떡. 오후 간식으로 감자떡. 시설에서 1번 교대 근무를 들어가면 총 5회(간식 포함)의 식사를 하게 되는데, 그중 3회 이상 감자떡을 먹은 것 같다.(나는 젊고 잘 먹는 남자 직원이라 집에 갈 때도 집에 가서 먹으라며 조금씩 싸주기까지 했다.) 여름철이라 그냥 두기에는 또 상할 수 있으니 시설의 입장에서도 이 감자떡을 최대한 많이 해치우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이게 또 똑같은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물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먹어야지 뭐… 우리에게 주어진 감자떡을 최대한 많이 먹을 수밖에.


다행인 건 그래도 장애인 이용인 분들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몇몇 분들은 먹는 것이 통제가 되지 않아 프레더-윌리 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과도한 식욕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 의심되는 분들도 계셨다. 간식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감자떡이 나왔고 원하는 분들에게 감자떡을 나눠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가 방에서 나와 감자떡을 목격한 뒤에 한 마디.


아 뭐야. 또 감자떡이야?


그 친구는 그 길로 간식을 거부하며 방에 들어가 TV를 시청했고, 프레더-월리 증후군이 의심되던 이용인마저 잘게 잘라서 드린 감자떡 그릇을 손으로 슬며시 밀어냈다.




+ 코멘트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이렇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복지관과 시설 등에 꾸준히 기부를 해주시는 지역 소상공인 분들이 계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에 잘 살펴보시면 빵집, 떡집 등에서 복지관에 꾸준히 기부를 하시는 멋진 분들을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괜히 한번 더 이용해주시고 응원의 한마디 남겨주시면 어떨까요? 감자떡을 기부해 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꾸준히 기부해 주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김선비

현) 핀휠 장애인 일자리 연계 담당자 및 면접 동행 컨설턴트

전) 장애인 생활 시설, 발달장애인협회,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일했던 사회복지사

약 5년 경력의 사회복지사로, 모든 경력은 장애인 관련 생활시설, 협회, 교육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나 사회복지사 안 해!를 외치고 마지막 직장을 뛰쳐나왔지만, 결국 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돌아왔다. 이쯤 되면 장애인 복지는 나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시설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궁금해할지 잘 모르겠지만 마케터 D님의 강요(?)로 이야기를 찍어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스크림 때문에 회사에서 짤렸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