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매콤함은 보통 매콤함이 아니다
발등에 불이 붙었다. 다른 팀들의 기사가 올라왔다. 아, 우린 아직인데. 당황했지만, 손가락은 침착하게 나의 파트너, 코알라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 어디서 뭐 먹을래?
가리는 거 없이 뭐든 잘먹는다는 그녀의 답변에, 다가올 날이 설레기 시작했다.
두근거렸다. 코끼리의 문장을 보는 순간,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온갖 맛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과연 우리는 어떤 코스로 맛보게 될까,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우리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 좋아하는 음식 있어? ”
코알라, 코끼리. 우리는 코씨 가문 답게 모든 것이 잘 통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남다른 폭넓은 선택지가 주어졌다.
맛있는 하루를 맛보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신중을 가하고 또 신중을 가했다.
_ 코알라 정식
하, 오늘은 뭐 먹지?
오늘도 쓰디 쓴 카페인을 섭취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요즘 나는 교수님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한 마디로 시험 기간의 매운맛에 제대로 절여지고 있다는 소리이다. 아우 매워.
교수님들은 왜 그렇게 과제를 좋아하실까. 나는 노는 게 제일 좋은데. 매콤함과 달콤함의 어디인가, 그 중간이 필요했다. 제발 누가 좀 맵찔이를 위한 코스를 줘!
_ 코끼리 정식
황금같은 주말, 어느 때와 같이 침대와 한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느즈막한 오후에 코알라와 음식을 정복하는 일정은 나의 마음속, 엔돌핀을 돌게 했다.
종강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 지금의 나는 미뤄뒀던 과제의 매콤한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죽겠다. 진짜.
구미를 당기는 음식이 뭔진 몰라도, 인생의 매콤함을 달래줄 수 있는 달콤함이 깃든 음식이었으면 했다.
이 코스는 K-학교생활을 겪어봤다면, 경험을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 진~하게 겪었던 우리는 매콤달콤한 이 코스를 음미했다.
닉네임: 코알라_★★★★☆
한줄평: “국내산 입시의 매콤함과 MZ의 패기의 제법 위험한 만남, 로제 떡볶이”
나의 입시 생활은 너무나도 매콤했다. 너무 힘든 나머지, 자칫 이성을 놓고 학교 다녔다면 나의 패기가 폐기로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을 것이다. 특히 내가 갖고 있는 매콤함은 보통 매콤함이 아니다 후훗.
청각 장애가 있는 나는 정보력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현재는 먼저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의사소통을 잘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특수학교가 아닌, 특수반이 있는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특수반이 있다 한들, 맵찔이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면도 없지 않았다. 머리 묶었을 때, 보일 수밖에 없는 나의 인공 와우에 간혹 짓궂은 친구들이 청각 장애인이라며 놀려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보디가드가 된 것 마냥 굴었다. “이거 내가 줘도 너넨 못 껴. 수술 못 해서” 라고 한 방 먹였다. 그 말을 하자, 다들 하나같이 벙찐 표정이었다. 그 때의 짜릿함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그 후, 나는 더 큰 한 방을 위해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더욱 독하게 입시를 준비했다.
독하게 마음 먹은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인지, 나는 원하는 학교, 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고 현재는 제법 멋진 대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어쩌면 맵찔이에게도 매운 맛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닉네임: 코끼리_★★★☆☆
한줄평: “인생에 매콤함을 느끼던 그 시절, 다채로운 행복을 선사한 즉석떡볶이”
모든 것을 기간이 닥쳐왔을 때, 허겁지겁 해치우던 나에게 담임선생님은 매콤한 잔소리와 함께, 나와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 근처 즉석떡볶이집에 데려가셨다. 수많은 떡볶이를 먹어왔지만, 그때 먹었던 즉석떡볶이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오랜만에 방 청소를 할때, 과거 사진들을 발견한 순간 지나치지 못하고 추억에 잠기고는 한다. 하지만, 고3때는 거의 회상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나는 가족 사정으로 홀로 떨어져 자취하며, 치열한 입시 현장에 뛰어들었다.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왕복 2시간 반 거리에 봉사를 가는 열정을 불태웠다. 봉사에서는 장애와 비장애 통합하여 활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험 활동을 했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상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었고, 내가 담당한 친구들은 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틈틈이 조언을 구하며 해결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 다녀온 뒤, 월요일은 봉사활동을 하고, 화요일은 시험 공부를 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아르바이트와 밀린 집안일을 했다. 나는 이때 맛본 매콤함으로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 치유했는데, 가장 많이 찾았던 음식이 바로 떡볶이였다. 그중에서도 마음대로 불 조절해서 후후 불어먹는 즉석떡볶이는 나에게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으로 남아있다.
닉네임: 코알라_★★★☆☆
한줄평: “스파이시에서 스윗으로, 딸기 빙수”
나만의 시워으은함으로 승부한다. Ma Zㅣ렸다
ㄴ 코끼리 님의 답글: 아 짜증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겨울이 될 때마다 꼭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온갖 딸기 디저트 먹기. 나는 정말 딸기라는 과일이 너무 좋다. 달콤하고 또 달콤한 과육의 맛!
닉네임: 코끼리_★★★★☆
한줄평: “다양한 맛과 식감을 체험할 수 있는, 과일 빙수 ”
사각사각 씹히는 얼음 속, 달콤한 연유와 상큼한 과일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는 빙수! 무더위 여름에 뜨거운 날씨로 고통받는 나의 삶의 낙은 과일 빙수 종류별로 먹어보기. 오늘은 새콤달콤한 딸기, 너로 정했다!
ㄴ 코알라 님의 답글: 음~ 마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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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우린 어디로든 떠날 것이다.
그것이 먹짱의 길이니까.
이 코스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Tip,
먹짱의 코스 속 숨겨진 닉네임이 궁금하다면, 드래그를 해보세요. 그리고 클릭하면 우리가 쓴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 대드리의 한마디:
다들 오랜만입니다! 핀휠은 장애인 구인구직 시장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7월 한 달은 업무를 최소화하고, 모든 서비스와 운영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오기만 하다보니 서로가 쌓아온 엄청나게 많은 양의 경험들을 서로 돌아볼 시간도 없었더라구요. 7월이 다 지나가면 핀휠의 재정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죠?
앞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보여드릴 글들은 BFN 기자단 2기의 가벼운 이야기들을 담은 2인 1팀 인터뷰예요. 기자님들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6월 기사들도 함께 링크 걸어놓을테니 놀러가서 읽어보세요! :)
오늘 소개해드린 코씨 커플의 이야기는, 인터뷰 중에 가장 저를 빵 터지게 한 글이에요. 문답 형식의 인터뷰가 아닌 개성을 잔뜩 담은 글이에요. 먹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속 이야기를 잔뜩 담은 둘의 이야기가 저를 찡하게 만들기도 하고 미소짓게 만들기도 했어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