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봉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에블린은 어느 날 평행 우주 속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에블린은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기꺼이 될 수 있었던, 위대하고 화려한 모습들을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그에 비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죠. 그러나 현재의 모습에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더 멋진 내가 살고 있는 평행 우주를 현재의 모습과 연결하는 방법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평소에 하지 않던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 에블린이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다른 평행 우주 속 자신과 연결되고, 그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죠.
평행 우주 속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마음껏 즐기는 에블린을 보며 저도 제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에블린이 평행 우주 속에서 본 자신의 모습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했던 것처럼, 저도 제 가능성을 지금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겠죠.
하지만 다른 평행 우주 어딘가에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내가 살고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보다 나은 버전의 제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블린이 그랬던 것처럼,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제 모습과 연결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연결 방법은 이미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타고난 모습 그대로 안일하게 보냈던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 속 에블린의 연결 방법과 현실 세계의 연결 방법에는 다른 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에블린의 경우 그 행동을 한 번만 해도 곧바로 다른 우주와 연결되고 능력을 얻게 됐지만, 그와는 달리 현실 세계에선 단 한 번의 실행 만으로 다른 존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행동하기로 결심했다면 단 한 번의 실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습관'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 - 파스칼
현실 세계에서 에블린의 방법을 해석해 보자면 어떤 습관을 새로 시작하거나, 내게 좋지 않은 습관을 그만두거나, 늘 하던 습관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좋은 습관 들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정한 '좋은 습관'의 조건은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 '크게 애쓰지 않아도 매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기간만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작고 사소하지만 앞으로의 일생 동안 평생 지속할 각오를 갖고 있었기에 한편으론 위대한 변화기도 합니다.
사실 이 '좋은 습관 들이기'는 어디에도 공유하지 않은 저만의 은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워낙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하찮은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러나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처음 예상과는 달리 그 하찮은 습관 하나가 주는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20여 개의 습관을 바꾸니 몸이 변화했고, 에너지가 달라졌고, 제가 보낸 하루하루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이나마 발전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자 특별히 눈에 보이는 소득 없이 보낸 하루도 보람 있게 느껴졌습니다. 점점 달라지는 내 모습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하루 10분으로 할당했던 습관 지속 시간이 점점 시간이 늘어 30분이 되고, 더 나은 방법으로 발전하며 업그레이드를 계속했습니다. 모든 습관이 제가 결심했던 목표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반복하는 것이 곧 우리다.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닌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명함에 쓰인 직함이 아닙니다. 매일의 행동이 우리를 정의합니다. 제가 매일 글을 쓴다면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매일 운동을 한다면 자기 관리를 하는 건강한 사람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을 개선하면 우리는매일 계속해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삶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이 프로젝트엔 평생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에블린이 평행 우주 속 자신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것처럼 저도 변화해 가는 제 자신의 모습을 뿌듯하게 감상했고, 세상이 제 의지대로 되어가는 듯한 무한한 통제감을 느꼈습니다. 삶의 위대한 비밀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벅찬 마음에 이 발견을 누군가와 공유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마저 들었습니다. 지난 1년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여정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평행 우주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