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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Feb 16. 2024

너의 길을 가렴.

  1호는 고흥에 있는 청소년수련원으로 2박 3일 캠프를 떠났다. SRT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린 후 마중 나와 계신 청소년지도사 선생님과 함께 셔틀을 타고 1시간 30분 이상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긴 여정이었다.

  1호는 이 모든 일정을 혼자 해보기로 결정했다. 기차역까지 데려다주면서 나는 그저 마음속으로 무사히 다녀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생전 처음 부모와 떨어져서 하는 여행이다.

  1호는 혼자서 기차를 탄다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얼굴은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저 멀리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1호는 씩씩하게 기차에 올랐다.



  "잘 다녀와. 조심하고. 사랑해"


하는 말과 함께 우린 서로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다.


  "엄마, 걱정 마세요. 저 이제 다 컸어요."


  기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창문너머로 자리를 찾는 1호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 당장 뛰어 올라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참았다.

  이제는 앞으로 혼자 걸어가야 하는 인생이다. 잘 닦여진 탄탄대로 같은 길만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깨지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갈 테지.


  선로 위 기차처럼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기차처럼 이 아이의 인생도 순탄하기만을 바라지만, 한편으론 안전한 기차에서 내려 또 다른 길도 걸어 보는 그런 아이로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1호가 고흥 청소년수련원에서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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