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저녁밤은 코끝을 스치는 꽃내음으로 가득했고, 살랑살랑 불어대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은 따스함이 가득 담겨 시원했다. 평온했다.
교회 철야예배를 마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집사님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집에 걸어오는 중이었다.
"나 이번에 가슴 수술하잖아."
"어? 팔짝팔짝 뛰는 심장? 아니면 유방?
"유방"
"왜? 암은 아니지?"
"혹이 조금 커서 제거하기로 했어.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검사했는데 혹도 크고 안 좋다고 해서."
"아.. 정말? 잘 돼야 할 텐데. 기도 많이 해줄게요. 근데 나도 요즘 가슴이 콕콕 쑤시고 생리기간 아닌데도 가슴이 아프고 그렇던데."
"집사님 그럼 빨리 병원 가봐요. 검사는 한 적 있어요?"
"하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지 좀 됐네. 나도 병원 가봐야겠다."
나는 그 길로 바로 유방초음파 검사를 예약했다. 검사를 한지는 벌써 2년이 넘어 있었다.
"여보세요? 거기 ㅇㅇ외과죠? 혹시 초음파 검사 여자선생님이 하시나요?"
"네. 여자 선생님이 하시고 결과도 여자 선생님이 보세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초음파 당일에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했다. 그런데 한쪽 가슴을 유달리 오래 검사를 하였다.
"잠깐 만져 볼게요."
하더니 상당히 오랜 기간 초음파를 보고 난 뒤, 마침내 검사가 끝났다.
결과 상담을 위해 진료를 보았다.
"혹시 혹이 만져지거나 한 적이 없었나요?"
"만져지지는 않았는데 콕콕 쑤시고 아프기는 했어요."
"좀 만져 볼게요."
"혹의 모양이 이상하고 사이즈도 커서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암은 아닐 것 같은데 검사는 꼭 필요해요."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와 조직검사 예약을 했다.
"환자분조직검사는 남자선생님이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세요?"
"네? 왜요? 여자선생님이 해주시면 안 되나요?"
"남자선생님이 훨씬 잘 보세요. 잘하시는 분으로 해드리려고요."
"아.. 네."
나는 남자선생님이검사해야 한다고 해서 속으론 내키지 않았지만 별수 없었다. 조직검사 당일 나는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담당의사 선생님 진료 후 바로 검사에 들어갔다. 간호사 선생님은 불안해하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불도 꼼꼼히 덮어 주시고, 생각보다 검사가 빨리 끝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우려한 바와 달리 많이 아프지 않았다. 검사 후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듣고 집에 왔다.
여성으로 병원에 가길 가장 꺼려하는 곳은 단언컨대 산부인과이다. 몸에 이상이 있긴 한데 가기 싫어 참다가 여자 선생님 계신 곳으로 수소문해 가기도 했다. 그런데 유방도 마찬가지다. 나는 처음 유방초음파 검사할 때 여자 선생님 유무를 꼭 확인했다. 사실 여자든 남자든 민망하기는 매 한 가지다. 그래도 심적으로는 여자 선생님이 더 편한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아파서 진료 보고 검사한 것이 다다. 다만 어릴 적부터 교육받은 우리의 정서가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