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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Feb 04. 2023

생을 마감할 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단 하루도 그에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럼 우리가 태어난 순간을 떠올려 보자.
  '응애~ 응애~'
하고 태어난 순간, 우리의 엄마는 나를 안고 엄청 감동한 얼굴로 나를 쳐다볼 것이다.
  그 작고 보드라운 순수한 때 묻지 않은 작은 아기를 품 안에 안은 것, 그것만으로도 그 작고 작은 아기는 자기의 할 일을 다 했다 볼 수 있다.
  열 달을 품고 사력을 다해 죽을 둥 살 둥 그 아기를 낳은 엄마는 눈도 뜨지 못하는 아기의 보드라운 살결을 만지며 행복에 겨워한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누가 나를 이렇게 조건 없이 무조건 사랑해 줄까'이다.
  아기는 순간순간 나를 감동하게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적으로 나만을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준다.
  이것으로 또다시 아기는 나에게 모든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우리는 먹고 숨을 쉬는 것조차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공재인 공기조차도 우리는 공기청정기라는 기계를 사든 대여 하든 좋은 공기를 마시려 하고, 물도 값비싼 돈을 내고 일부러 공수해 와 먹기도 한다.

  자기 몸에 치장하는 비용을 생각해 보라.
도대체 얼마를 몸치장에 쏟아붓는지 알 수도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대는 옷이며 가방이며 화장품이며 끝도 없다.
  쇼핑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살게 천지고 모두 꼭 필요해 보인다. 쳐다보고 있으면 더 사고 싶고 안 사면 큰일 난다.
  이렇듯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우리는 늘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한 후에 내야 하는 비용을 우리는 늘 무시하기 일쑤이다.
  예를 들면, 사춘기가 되기 전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행위, 욕을 하는 행위, 게으른 행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 등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에 대한 상당한 많은 양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이 사실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다.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를 상대해야 하는 일, 욕을 하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 게을러 건강을 이미 잃었거나 직장을 잃었거나 저축을 하지 못한 경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경우 등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저축을 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은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누군가의 수발을 받아야 하는 경우이다. 내 자식이라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도 주변의 차고 넘치는 이야기들로도 알 수 있다.

  외롭고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하지 않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생을 마감할 때 누군가 옆에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이생에 대한 모든 지불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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