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 엄동설한에 그것도 나같이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집 안의 모든 창문을 열기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시원하고 차가운 바람이 집안 곳곳으로 들어오니 정말 상쾌한 마음이 들었다. 빨래를 꾹 꾹 꾹 더 이상 들어가지도 넣어서도 안 될 만큼 미어터지게 넣고 돌렸다. 그마저도 상쾌했다. 아이들은 옷을 세탁실 안에 집어넣는 법이 결코 없었다. 춥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나는 1호에게 빨래를 세탁실 바구니 안에 넣는 일을 맡겼었고, 2호에게는 신발 정리하는 일을 맡겼었다. 그 일들이 본인들의 일이란 것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무색하게 그 일들은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하루는 내가 자주 신는 신발이 자꾸 없어졌다. 찾아서 보면 누군가가 꼭 신발장 안에 고이 모셔 두곤 했는데 급할 땐 이것도 확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신는다는 걸, 매일 신고 다닌다는 걸 모를 일 없을 텐데, 왜 자꾸 이걸 여기다 넣는 거야.' 잡히기만 하면 아주 혼쭐을 내주어야지 하며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범인은 생각보다 쉽게 잡혔다. 바로 남편이었다.
"자기야, 이 신발 왜 자꾸 신발장에 넣는 건데?" "어? 나는 신발 정리하느냐고." 하며 멋쩍어했다.
신발 정리를 도맡아 한 남편은 사실 칭찬을 받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나는 되려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다며 화를 내었다.
나는 청소에 진심인 사람이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선반들을 아무리 바라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하지만 정리 정돈되지 않은 집안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버지는 병적으로 정리를 하시고 깔끔하신 분이셨다. 그 모습을 늘 봐 와서인지 나도 흐트러진 물건들을 가만히 보고 있질 못했다. 각을 세우며 일렬로 맞혀 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한 달 새 쌓여 있는 먼지는 본척만척도 안 하면서 말이다.
그런 나를 남편은 '여기가 무슨 군대야?' 하며 늘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또 각을 세우며 물건들을 정리했다. 한치의 흩트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양 열심을 다해 정리했다.
정리와 청소가 다 된 집은 늘 마음의 안정을 찾아 주었다.
세탁기에 미어터지게 밀어 넣고 돌려놓은 빨래들을 또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얽히고설킨 사람 간의 관계가 생각나 재빨리 꺼내 건조대에 탁탁 털어 빳빳하게 널어놓는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동료 관계들도 이처럼 매일 같이 정리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내 마음이 한결 좋아지면 좋으련만. 얼룩지고 더러워진 관계들도 세탁기에 한번넣어돌려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