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역국을 끓여야 하는 날이다. 미역국은 우리나라 국 종류에서도 참 쉽고 간편한 축에 속한다. 하물며 미역과 물, 소금만 있어도 된다.
나는 아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일단 그 전날 밤 냉동실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없다. 소고기가 없다. 망했다. 소고기를 찾지 못해 나는 아연실색했다.
"아.. 이를 어쩌지"
더구나 저녁나절 마트도 다녀왔다. 남편이 소고기는 있느냐 물었을 때 있다고 대답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망할 소고기가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사실 둘째 딸아이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다진 소고기를 대량 구입해 소분해 냉동해 놓고 조금씩 사용했다. 그중 하나가 남아 있는 줄 알았다.
보통 미역국을 끓일 때는 소고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또는 해산물이나 북어 등 다양한 재료들로 육수를 낸다. 하지만 우리 집 냉장고에는 그 어떤 재료도 있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오늘 아침 들기름만을 가지고 미역국을 끓여야 했다. 혹자는 고기 없이 미역과 간장만으로 맑게 육수를 낸 미역국을 가장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기 좋아하는 우리 아들은 고기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없는 걸 어쩔.
난 일단 육수로 쓰기 위해 쌀을 씻어 쌀뜨물을 받았다. 결혼 전 다녔던 회사 주방사장님께서는 늘 이 쌀뜨물로 국을 끓이셨고 상당이 맛있었다. 그래서 나도 궁여지책으로 들기름에 미역을 달달 볶다다진 마늘을 넣어 조금 더 볶은 후 쌀뜨물을 쏴아 붓고 팔팔 끓였다. 그런데또 이 국간장이 없다. 그래서소금만을 가지고 간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치액젖을 조금 넣었다.
아이들은 일어나서 좋은 냄새난다고 난리다. 그리고 한 그릇씩 뚝딱 먹고는 그 길로 등교하였다.
아, 정말 스펙타클한 인생이다.
아들, 생일 축하한다. 편지도 한 장 썼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다. 고놈 참.
사춘기를 향해 최고조로 달려가는 아들에게 선물 없이 편지만 달랑 주었다. 그랬더니 책상 위에 편지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만원이라도 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