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의 지혜 May 31. 2024

엄마, 내 옷도 꼬매 주세요.

어느 여름날이었다.

화창했고 더위 또한 그 위엄을 뽐내는 한가한 오후 나절이었다.

나는 청소 등 집안 살림을 대충 해 놓고 학교가 끝나면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이젠 제법 초딩티가 나는 첫째 아이는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오곤 했다.


  "엄마~~"


벌써 아이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나를 목청껏 부르며 뛰쳐 들어왔다. 신발은 여기저기 어지럽게 벗는 둥 마는 둥 휙휙 벗어던져 놓고,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을 하고선 나를 보며 싱긋싱긋 웃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엄마 나도 초롱이처럼(가명) 이거 꼬매주세요."


하며 반바지를 훌러덩 벗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어찌나 해맑고 순수한지 나는 아직도 첫째 아이의 그 표정과 행동이 잊히지 않는다.


가만가만 바지를 건네받고 살펴보니 엉덩이 부분을 가위로 살짝 구멍을 낸 흔적이 역력했다.

아이는 땀이 촉촉이 젖은 얼굴로 나를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며, 너무나 당당하게 나에게 꼬매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귀엽던지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왜 이렇게 구멍 냈어?"

  "어 어 엄마가 동생 옷 꿰매준 것처럼 저도 이거 동생처럼 꼬매주세요."


하는 것이다.


동생옷이 뜯어져 내가 며칠  꼬매 준 적이 있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 첫째 아이는 그것이 무척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절로 웃음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첫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

  "네. 제 옷도 꼬매 주세요."


하며 구멍 낸 바지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


하지만 그 반바지는 꼬매도 입을 수 없게 돼서 버렸지만,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오늘 아침 다시 동생 바지의 단추가 떨어져 급히 바느질을 해야 했다. 다른 옷을 입고 가겠다는 딸을 만류하고 얼른 꼬매 주었다.


  "엄마, 벌써 다 하셨어요?"

  "그럼, 이게 뭐 대수라고."


나는 다림질까지 해서 바지를 건네주었고 딸은 무척 만족해하며 좋아라 했다.

아울러 바느질을 하다 보니 잠시 그 옛날 그 추억으로 되돌아가 감상에 젖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