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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01. 2022

2022년 09월 24일

Happy birthday to ME

사랑이 어지러이 떠다니는 밤!


아이유님의 표현은 적확했다. 오늘은 내 서른 번째 생일이고, 마지막 코스는 코인 노래방이었다. 코인 노래방에서 아이유님의 스트로베리 문을 처음으로 불러봤는데, 부르다 울컥해서 목이 메더라. 기꺼이 헤매고 싶은 오늘이다. 오늘의 기운으로 내년 생일까지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장바구니 도라에몽 친구는 내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운동화와 가방 중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고,

아침부터 오탄이는 무리해서 돈을 보내왔다. 내년에는 공 하나 빼고 보내라고 했더니 내년에는 공 하나를 더 보태 보내겠다고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거 실컷 하라고 가을을 만들었다는 친구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나를 닮아 다정하고 따뜻하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계산 실수도 감자 튀김 서비스로 탈바꿈하고, 밤에는 에메랄드를 입고 자게 잠들 예정이다.


휴직도 아니고 아예 그만두신 직장 언니께서 따로 생일 안부를 챙기셨고,

나에게 어울리는 향일 것 같다고 핸드워시와 바디 크림과 캔들을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선물 받았다.

아픈 몸 이끌고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고, 아프지 말라고 내 면역력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

지난 주 내 삶의 윤활유가 되어준 친구와의 점심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책 실컷 읽으라며 다른 친구가 보내준 도서상품권은 아직 책을 다 고르지 못했다.


곽진언님의 노래 ‘바라본다면’을 내내 틀어놓고 흥얼거리고 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풍요로워서 상대적으로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빈곤한 나를 더 실감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나는 너무 빈약하고 희미하고 납작하다.

나의 눈을 바라봐주고 나의 손을 잡아준다면 그 어떤 나쁜 것도 누그러뜨리고 좋은 것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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