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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Feb 23. 2024

나의 일본 생활 4

내가 만난 야박한 일본 주부들.




그녀는 남편이 반드시 자녀 학비를 내야만 남편으로써, 아빠로서, 체면이 선다고 했다. 무슨 그런 논리가 있나..


남편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내 돈이지. 이게 한국인 나의  생각이다.

 

사실 일본 살면서 남편에게 생활비 못 받아 보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할리우드 배우도 나닌데 아내는 어찌 살란 말인가!  너도 돈 벌어오라는  

압력인 것이다.   그만큼 일본은 외벌이로 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본은 세금이 엄청나다.

일본에서 살면서 제일 억울한 세금, 주민세라는 것을 내보면 얼마나 한국이 천국인지를 깨닫는다.  


년간 수입이 6000만 원 기준으로

주민세가 300만 원.

소득세 200만 원

여기에 고용보험.  사회보험.  연금 기타 등등 많다.

무엇보다 비싼 주민세를 내고 도대체 우리가 무슨 혜택을 현재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어가는 일본이다. 한국은 주민세가 얼마더라?

5000원?  난 농담인 줄 알았다.



이렇게 나라에 바쳐야 할 세금이 높다 보니 생활은 항상 쪼들린다.  이런 불합리함 속에서도 교육열은 식지 않다 보니 부모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고, 빚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나라를 막론하고, 세금이 높다고 자녀교육을 포기하진 않는다.  

흔하디 흔한  스타 벅스  “프라프 치-노 “ 한잔조차 손 떨어가며, 미래의 자녀 학비와 세금을 위해 악착같이 준비하는 게 내 주변 일본 엄마들이다.  


가끔씩 만나는 엄마들 모임에 가보면 엄청난 절약정신에 기분이 다 나빠질 때가 있다.  

삶이 이리도 절약만 하며, 또 오로지 미래만 바라보며, 오늘 자신을 위한 해피런치 값은 1000엔을 능가해서는 안되고, 한 푼 두 푼 처절하게 절약해 가며 살아야 일본에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어떤 엄마는 집에서 모임을 해도 물 한 모금 내주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두 집에서 해 보았다.


어떤 엄마가 냉동 감자튀김을 사서, 친구집에서 해 먹기로 했지만, 기름과 불 사용에 돈이 들어간다며, 빵 굽는 레인지에 “질척거리게 ” 냉동감자를  감사하게도 “해동”모드까지만 처리해 주는 분도 있었다

(물론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목이 말라했지만 물도 내주지 않으니,

슈퍼에 달려가 사 와야 했다.!  절약보다 , 야박함 그 자체였다.


무엇을 먹건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었다.

장소는 제공하되 먹고 마시는 것은 본인이 가져가야 했다. 모임이 있기 전 이런  문구의 통보가 온다.


 “음식 및 음료지참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이 토록 치사한 모임을 세 번 정도 참석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준다(그것은 무척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이마이는 맛있는 밥도 주고, 커피까지 주는

착한 “마마토모” (엄마친구)이다.  


아이들이 초등6학년이 되었을 때 이마이에게 애들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배도 출출하고 커피 생각도 났다.


스타-벅스가 보였다.

“우리 커피 한잔 하자!

“이이요” (좋아)

스타 벅스로 들어가 나는  “프라푸 치-노”를 두 잔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친구가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사실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는 애 데리고 스타벅스가 처음이었던 게다. (지금은 2000년대이다. 1980년대 이야기가 아님)

나는 일부러 스타 벅스로  들어왔다.  이까짓 거 마셔도 인생 안 변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라푸치-노 “  숏으로 코딱지 만한 사이즈를  딸랑 한잔 4000원 을 딸과 나누어 마시는 게 아닌가!!   내가 미치겠다 정말 …

오늘 처음 마셔보는 것이라  했다.

그 전망 좋은 그림 같은 주문주택에

멋진 자가용에 , 라브라도르 강아지까지 키우시는 사모님이 이까짓 커피 한잔에 벌벌 떠냐….


왜 그렇게 사냐  이 사람아!… 남편이 못 사 먹게 하진 않았을 텐데…, 사람은 대체적으로 지무덤 지가 파는 경우가 꽤 있다.

절약하며 사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일본 주부 모두가 저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일본 엄마들이 모임을 여러 번 해본 결과 저런 타입이 많았다.

자신의 처지에 알맞게 살려고 안간힘을 쓴다.  10원 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고, 세일 시간에 맞추어 장을 보기도 하며, 식비절약 유튜버는 대 히트를 친다.

도둑질  않고 절약해서 사는데 누가 욕하랴. 그래도 선진국이며 GDP가 세계 3.4위를 다투는 일본의  서민생활이 이 정도 라니 실망도 됐다.


엄청난 세금과 생활비, 자녀 교육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정말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 자가주택의 재산세도 굉장하다. 게다가 자동차세, 자동차 점검 3년에 한 번씩 2백만 원 가까이 든다(한국은 4만 원?) 여기에 자녀 교육비가 더해진다. 얼마나 노력해야 하겠는가!


무상교육은 중등에서 끝나므로 고등부 부터는 사립, 공립, 국립으로 나누어진다.


고등부 부터 교육비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국립은 날고 기는 자의 차지.

그다음은 사립고등으로  유명 고등학교 이름들이 즐비하다.  사립은 부속인 경우가 많으므로, 유명 고등 예를 들면 (와세다 고등학교  ) 입학하게 되면

대학 입시는 패스다. (어지간한 돌대가리가 아니면 통과한다. )

공립은 공부가 딸리는 자, 또는 자녀에게 돈 쓸 의향이 별로 없는 부모를 둔 자,

또는 대학입시를 노리는 경우(입시전쟁을 치러야 하므로  사립고등학교 등록금과 맞먹는 학원비가 기다리고 있고 진입도 더욱 어려워진다. 무슨 결정을 하든 이때부터 교육비가 엄청나게 들기 시작한다.

 세금과  엄청난 학비 부담에, 자녀가 어린 경우는  외벌이로 살아야 하니 치사하고,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다.


내가 경험한 엄마들 모임 갔을 때 겪은 사례 몇 가지를 갑자기 쓰고 싶어졌다.


1. 커피는 고사하고 물 안 준다

2. 과일은 절대 안 준다(100%)

3. 고기 먹는 식당에 가도 야채만 주문한다.

4. 집들이 선물로 두 명이 합쳐서 5000원 절데 넘지 않는다.

5. 아이를 친구집에 놀러 보낼 때 백 엔 이상의 과자를 들려 보내선 안된다. ( 화낸 엄마가 2명 있었다. 5000원짜리 보냈기 때문에)

6. 레스토랑을 가도 절데 1000엔을 넘기지 않는다.

7. 빵공장으로 부스러기 사러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장소를 셰어 한다.

8. 코스트코 회원비는 결코 내고 싶지 않지만 데려가 달라고 계속 조른다.

9. 아웃렛 쇼핑을 가도 중저가 명품가게 안은 절데 발을 들이지 않는다. 구경도 못하나?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경우이다)


그녀들은 모두 2층 자가주택 구입자 들이며 자가용도 있었지만 치사하고 궁색하게 살았다.

 누가 그녀들을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고, 치사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만난 엄마들은 처참했다. 집안경제가 이러니 누가 자식을 많이 낳고 싶을까?


한편으론 일본 살면 좋은 점도 있다.

빈부의 격차를 못 느낀다.  세금 내느라 허덕이며 살다 보니, 아무도 아무 때나 명품 걸치고 나타난다든지 , 벤츠 별을 세우고 친구 만나러 오는 이도 드물다.

잘살아도 티를 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가끔 나는 일본 사회가 “ 유니끌로”같다.

표시도 안 나고, 색깔도 튀지 않고, 평범해 보이고….

누구는 그랬다. 자유스러운 북한 같은 나라 “일본”

뭔지 모를 억압이 있는 특이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럼 한국 놀러 오는 그 많은 일본인들은 뭐야?

돈이 많아야 여행도 가지! 글쎄.. 가족단위는 아마 드물게다.


그날도 우리 셋은 각자 만들어온 밥을 서민스럽게 나누어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마이가 그날은 완전 시든 시금치 같은 모습을 하고 남편과의 불행을 한숨 쉬며 쏟아냈다.  

또 아들 학원비 아까워한다, 방충망을 안 해준다.  생일에 케이크 안 사 온다…. 등등


그날은 해서는 안될 말을 해 버렸다.!


너도 돈 벌잖아!  부부가 뭐니? 꼭 남편이 애들 학원비 내란 법 있니?  그렇게 학원을 보내고 싶으면

너도 같이 벌어서 학비  내면되고, 그늠에 방충망도 벌어서 해버리고,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도록 혼자서 학교를 못 간다니? 그게 말이 되니?  공부 잘하면 뭐 하니?  게임처럼 시험성적만 좋으면 되고 , 인성이 어떻튼 다른 건 상관이 별로 없어?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는 남편말도 맞네!

그리고 남편이 생일을 기억 못 하면 생일 전에  미리 알려주면 되고, 케이크 안 사 오면 니 돈으로 케이크 사다 먹으면 되잖아! 라고 해 버렸다. 


보통 이 정도 미친 소리를 누군가에게 하면

인간관계의 끝이 찾아온다. ( 원망은 해결책이 아니다. 여자라고 연약한 듯, 남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로 살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무려 15년을 불행하다 외치기만 하고, 해결조차 남편이 해주길 바라는 태도를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동반자이지, 무언가 남편에게 요구만 하며, 빌붙어 사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




옆에 있던 또 한 명의  엄마는 어색해진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녀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한 후 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냥 누가 자신의 한탄을 들어주기만을 원했겠지…)


 

일 년  정도 지난 어느 날 그녀에게서 “ 기므상 겡끼!”  김상 잘 있어”?라고 메일이 왔다.



기므상 히코시다노? (이사했어? )

소우히코시다요 (응 이사했지 “!)

기므상 집 구경 하고 싶다. 놀러 가도 돼? 

“그래 , 언제 시간 봐서 연락할게!

명랑한 목소리였다.

이혼했나?

나도 소원하던 집 짓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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