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디 Apr 22. 2024

일본 시어머니, 한국 며느리 일상

어머니 병원 갈 준비되셨어요?


 ‘표범’ 바지를 입은 시어머니는 연신 손거울로 뒤통수를 비추며 신경 쓰이는 빈 곳을 한 손으로 어떻게든 가려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겐상, 이 핀좀 꽂아다오!”


딱 봐도 어딘지 알만한 ‘훤~~’한 정수리의 텅 빈 곳을 얄부리해진 그녀의 머리카락들을 쓸어 모아,  볼록해 보이게 핀을 꽂아 주고, 시어머니 팔을 부추켜 현관문을 나섰다.

‘삐쩍 말라가지고,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55년이나 에어로빅을 한탓에 시어머니의 ‘고관절’은 다 딿아 없어졌고, 이젠 왼팔까지 부러져 일상 생활하기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다친 어머님만 힘든 게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이 죽을 판이다.


이젠  말로만 듣던 시어머니 모시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까지는 모시진 않았다. 혼자서도 척척 머든 할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상 노인’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누군가 전철에서 자리를 내주어도 고맙기 보다는, “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라며 기뻐하지 않고,  레스토랑에서는 특별히

그녀를 위해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주는 직원의 친절 조차도 허탈한 시어머니다.


잘게 써는 정도가 아니라 ’ 갈아서 먹어야 할판인데도 말이다!‘


85세의 몸에 50대의 정신이 갇혀버린,

시어머니는 자신의 늙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발끝에 위태롭게  얇은 끈 하나만 달린

샌들을 신고, 키가 커 보이는 긴 니트 가디건을 입고 다리를  절룩이며 외출하곤 했다.

외출하는 뒷 모습을 보며 ‘아슬아슬’했다.


벗꽃과 함께 불어오는 봄바람은 노인 팔도 부러트린다.



병원에 도착하니 마치 ‘썰물‘ 갈라지듯 사람들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서로 이쪽으로 앉으라며 양보해 주었다.

그녀의 ‘몰골’이 사람들을 친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평소에 일주일에 3번 이상 병원투어를 한다.  쇠약해진 탓에 일주일에 5일 출근을 하던

체육관을 그만두고, 재활병원을 밥먹듯이 다니신다.


재활 담당직원이  어머님을 보더니 세상 따뜻하고 호들갑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00상! 아이따깥딴데스요!  다이죠부 데스까?  

도우시단데수까?

“보고 싶었어요!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세요”?


노인들 꼬시기에 딱 좋은 따스한 인품과 빈말을 잘도 내뱉었다.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었어요” 왜 이제야 오셨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다구용..라고 귀염떨며 

빈말을  하니 , 어머님은 좋아 죽는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인사 대화를 들으며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뚱~~ 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속으로 보고 싶기는 무슨…..


시어머니는 아기처럼  며칠 전의 ‘바람 부는 날의 팔 사고’ 이야기를 ‘최대한 길게 스토리에 ‘살’을 붙여가며 바쁜 그녀의 발길을 붙잡고 늘어진다.

그녀는 참을성 있고, 우리 시어머니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저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시어머니모습을 보니,  

 (엄청 좋아하네…나도 가끔 웃어줄까?..)

그녀는 시어머니와 대화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그녀가 오늘 예쁘게 보이고 싶은, 늙수그레한

남자의사 선생님도 능청스럽게 시어머니의 ‘바람 부는 날의 팔 사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 하며

아이쿠! 예쁜 얼굴이 다 망가졌네!” 하니까,  시어머니는 ”힛힛힛 “ 좋아한다.


아~~이 맛에 병원을 자주 오는구나…


집에 있어봤자 우리는 시어머니의 대화상대가 안된다. 저 할 일 하느라 바빠서 상대할 수 없고,  다믄 몇 분이라도 말해볼라치면 나는 금세 ’ 화병이‘ 도져 불가능하다.

세상에서 우리 시어머니만큼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딱 한마디 나누었다.

“저녁에 뭐 드시고 싶으세요?”

“오늘은 ”소고기‘를 구워 먹고 싶구나! 니 덕분에 입맛은 있어!….

“네”…

많이 드시고 빨리 쾌차하셔야 또 운동가죠!

















작가의 이전글 부끄러운 시어머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