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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Jun 13. 2024

일본 시어머니의 ‘매실잼’

저걸 사? 말어?

시~퍼런  ‘매실’이 장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알이 작은 건 1kg 12000원, 굵은 건 15000원이다.

매년 6월이 되면, 시어머니는 예쁘게 익은 매실은 두고, 꼭 시퍼런 색을 사다가 ‘매실 잼’을 만든다.


올 해는 팔이 저모냥이니 내가 만들어 주지 않으면 먹지 못하게 생겼다.  매실잼을 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라먹고, 요구르트 위에 토핑도 하고, 매실만 보이면 사다가 잼을 만들어,  생전 누구와 무엇을 나누는 법이 없는 그녀가

희한하게도 ‘매실잼을’  나누어 줄 때가 있다.


유명한 요리사에게 배웠다는 ‘비법’의 매실잼을 자랑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맛은 어떤가 ~~~ 하면, 뭐.. 좀 맛있다.


쓴맛을 빼기 위해서 5-6시간마다 찬물에 담갔다가 물 버리는 과정을 시간 맞추어 가며 이틀 동안 반복 해야 한다.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그 유명한 요리사가 하는 방법을 어느 한 곳 틀리지 않게 따라 하는, 지극정성이 들어가는 잼이다.


이틀동안, 만드는 사람의 진이 빠질 때쯤 되면 완성되기 때문에, 설사 맛이 없어도 만든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먹어 치워야 한다.


당최 ‘나눔을’ 모르는 시어머니가 코딱지만 한 병에 매실잼을 담아, 자신이 선별한 에어로빅 친구 3명에게 나누어 주면 ‘맛있다고 난리라고 한다.’


며칠 후에는 매실잼 값에 ‘딱‘맞은 무언가를 받아오곤 했다.

일본인들은 무엇이건 받으면 빚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큰 것을 선물하지도 받는 것도 꺼려한다.


시어머니도 내가 음식을 대접하면 다음날 냉장고에 고기 남겨 놓았으니 먹으라고 빚을 갚으신다.

냉장고에 남겨놓은 고기의 양을 보면 정확하게 한 젓가락 남아 있다.

아들’에게 한입 남긴 것이다. 이럴 땐 좀 서운하다.

어머님은 손도 참 작지… 일본인은 모두 저렇게 손이 작을까?  

“그렇다”



한 번은 친구가 ‘라자니아’를 만들건대 자신의 집에 놀러 오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말 만들었지 ‘라자니아’를 집에서 만들어먹는다니 배우고 싶어서 서둘러 놀러 갔다.

그녀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토마토와 고기를 저미고 예쁘게 라자니아를 켜켜이 쌓아 커다란 통에 차곡차곡 넣었다...


“오늘 저녁 메뉴야, 맛있겠지! “라고 했다.  그게 끝이었다.

 맛도 안 보여 주네?


세상에…. 내가 재료비를 내지는 않았지만, 만드는 과정만 보여주고 맛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까짓 거 ‘한입 주지’  쩨쩨하기는 …


동경의 일본인 대부분이 이렇다고 봐도 무난하다. 밥을 같이 먹어도 맛 좀 볼래? 이런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귀는 사이에도 나누지  않는다.


친구가 옆에 있어도 과자를 눈치 안 보고, 혼자 먹어 치울 수 있는 게 일본사람들이다. 내 것인데 왜 눈치를 봐? 그것도 맞긴 하다.


그 쩨쩨한 일본인 친구에게

내가 재료비를 냈더라면 나누어 주었겠지만,  돈을 내지 않았으니 나는 받을 자격은 없다.


그런 그들도 우리 집에 놀러 와 부침개를 해주면 잘 받아먹고, 남은 것을 보면 어김없이

“좀 가져가도 돼?”라고 한다.  가족을 먹이고 싶단다.  


자신의  음식은 아깝고 온갖 해산물을 넣은 나의 ‘부침개’는 아깝지 않은가 보다.  

   

타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집에 살고 있는 시어머니도 저러니 말이다. 사실은 진짜 쩨쩨한 짓을 많이 하지만 쓰지는 않겠다.


통통한 매실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며느리한테 베푸는 것에  인색한 시어머니를 위해 나는 왜 매실 잼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걸까? 그녀가 부탁을 한 것도 아니다.


오늘도 동생과 미운 시어머니 욕을 두 시간 반이나 떠 들었지 않은가..

‘그렇게 욕을 욕을 했으면 깔끔하게 저 노인이 올해 매실잼을 먹던 못 먹던 상관 하지 말아야 내가 정상이다.


내가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건 아닌가?.. 어릴 적 어른을 공경해야 된다는 가스라이팅을 너무 많이 당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매실을 만지작 거리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매실 살까? 어머님 잼 만들어 드리게!”


“으음 내 생각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


“왜?  엄청 좋아하잖아, 해마다 만드는 건데?”


“자기가 매실잼을 만든다고 하면,  어머니로써는 잼 만들기가 최고로 자신 있는 부분이니까,  옆에서 잘난 척 엄청 할 텐데, 그걸 참을 수 있겠어?”


“ 어우~~ 맞아, 나  열받을 거 같아!”


“뻔하잖아, 그럼 나한테 짜증 낼 거고, 또 나도 열받고… 아예 그만둬, 당신 마음은 고맙지만, 둘이 ‘신경전’ 할 것 생각만 해도 끔찍해! “


“그것도 그러네… 그래도 좀 물어봐, 매실잼 먹고 싶을 테니까!.


“알았어, 잠깐만”

전화기 너머로 ‘ 머라 머라, (아오이 우매자 나이또) 한참을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실 색깔이 어쩌고 저쩌고, 알이 굵어야 되고, 자신이 매실을  구매하는 곳 시내의 어떤 슈퍼에서  파는 걸 사 와야 하고…. 그라뉼 몇 킬로에 통은 이런 걸 사 오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주문조건이 만만찮아 벌써 나는 열불이 올랐다!


“아!~~ 그만둬, 나 안 사갈 거고 나 안 만들 거야!”


“거봐,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화나지?ㅋㅋ “




[그녀의 매실잼 만드는 비법은 이렇다]


시퍼런 매실 1kg

그라뉼(설탕종류)500g(기호에 따라)


1) 꼭지를 제거한 후 깨끗하게 씻는다.

2) 매실이 ‘푸욱’ 잠기도록 물을 부어서 2시간 첫

쓴맛 빼기를 한다. 물을 버린다.

3) 매실에 새로운 물을 푹 잠기도록 부은 후, 불에 올린다.


포인트 1. 중불, 매실이 2~3개가 물 위로 떠오르면 서둘러서 , 꼭, 꼭, 불을 끈다. 매실이 4개 떠올라 버리면 세상 ‘’종말‘이 온다.


4) 불을 끈 후, 그대로 식힌다.

이제부터 큰 고난의 시작이다.

매실이 완전히 식은것를 확인한 후 (5~6시간 걸림 )물을 갈아준다.


포인트 2. 꼭 6시간마다 물을 갈아준다.

이걸 3번 반복한다. 18시간 필요함.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정확한 시간을 지켜야 한다.)

“아~~ 지쳐 나가 떨어진다, 그래도 참자! 맛있는 매실잼을 위해서…


이과정이 끝나면 매실씨를 ‘싹’ 발라낸다.

매실 무게 비례 : 그래뉼을 절반 넣고 약불에 끓인다. ㅡ이때 타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화장실도 절데 가면 안 된다.


우리 시어머니표 매실잼 완성!

쓴맛이 전혀 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나는 이 잼을

작년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꼈다.  해마다 조금 받았지만, 시어머니가 너무 미웠으므로, 냉장고 깊은 곳에 쳐 박아 두었다가,  잼을 시어머니라  생각하고

쓰레기 통에 ‘훽’ 버리곤 했다.


작년 처음 눈앞에서 만드는 과정을 본 후로는 차마 버리는 짓은 못했다. 생각 보다 많은 정성을 들인 잼이란 걸 알고는  까짓 거  ‘먹어 보았다!’


어? 맛있네! ”  시푸르 딩딩한 잼이 상당히 맛있다.


매실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그녀에게 ‘레시피’를 물어, 그녀의 왕짜증 나는 지도하에 매실잼을 만들어 보았다.


그녀가 언젠가는 못 만들 테니.. 그때는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세련되고, 팔팔하던 시절이 가고, 잘 걷지 못하는 뒷모습은 쓸쓸하고, 보는 나의 마음도 편치 않다.


       매실잼이라도 드시고 힘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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