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중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를 꼽으라면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캐슬'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부부의 세계야 뭐, 이건 안 보고는 못 버틸 껄~~~?!?!
이라고 외치며 등장한 드라마야 당연히 흥미진진했고
스카이캐슬은 참 웃기게도 소소하게 공감을 하면서 계속 봤었다.
(사람이 죽는데 뭐가 공감이 되냐고...)
하루의 반 이상을 보냈던,
저녁을 굶으면서까지 6시부터 11시 20분까지 내리 앉아 있었던
그 독서실은 이런 구조였다.
우리 학교 사진은 아닌데 어쨌든 이렇게 비슷하게 생겼었다.
한 줄 당 8명씩? 정도 붙어 앉고
서로 등을 돌린 구조로
총 5-6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사진으로는 그럴려니 하고 보이는데
시험기간에는 이 곳의 분위기가 정말 살벌해진다.
정말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리는 듯한 착각 속에
하루종일 사각사각, 서걱서걱 글 쓰는 소리에 종이 넘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기억이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중간/기말을 앞두고는 일부 선생님들은 수업을 하지 않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때 우르르 올라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하이탑.. 대학 물리.. 등을 펼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뭔가 누가 더 열심히 하나 경쟁하는 기분도 들었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는 모기가 그렇게 반가웠다.
모든 줄의 끝에는 바닥형 에어컨이 있었는데
그 에어컨 앞면에 이렇게 모기를 박재해놨었다. 일명 '모기 게시판'
사진은 잼민이가 만든 거라고 돌아다니는 건데,
죽은 모기에 이름을 붙이는 거 하며,
마지막에 멘트를 적어놓는 거 하며,
정말 고등학교 시절의 우리가 만든 것과 똑같다.
(고등학생이 잼민이냐구...)
당시만 해도 공부에 방해되는 놈들 다 박제시켜 버리겠다면서
윙윙 거리는 놈들은 다 잡아다가
게시판 관리자한테 쪼르르 달려가서는 시체를 제출하고는 했는데...
10년이 지난 내가 했던 공부는 다 까먹고
모기 게시판만 기억하고 있을 줄
그 때는 몰랐지ㅠㅠ
독서실 구조가 한 줄을 기준으로 서로 등 지고 앉아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분기별 베프는 같은 줄을 쓰고 있는 사람들로 매번 갱신되었다.
(분기별로 독서실 자리를 바꿨었다.)
30-40분에 한 번씩 독서실을 쭉 훑으러 오시는 선생님들의 감시를 피해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 내 뒷편에 앉은 친구, 그 옆 친구까지 총 4명에서
음소거로 제로 게임을 한 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름 공부에 진심인 친구들을 방해 안 하겠다고 음소거로 했지만
제로 게임 특성 상... 이 아니고 양기가 넘치는 한국 고등학생 종특 상
게임 중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하고 벌떡 벌떡 일어나게 되다 보니
주변의 눈초리도 꽤 많이 받았었다.
(반대로 나도 많이 줬었고...)
ATPase 라는 게 있었다.
아니 계속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의 내 지식으로는 얘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설명은 못 하겠다.
쨌든 머리는 거의 고정된 체로 두둠칫 두둠칫 돌면서 ATP를 만들어 내는 애다.
이걸 그렇게 잘 따라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한 때 거의 매 쉬는 시간마다 이걸 따라하면서 걸어 다니는데
그게 그렇게 웃겼다.
지금도 왜 웃긴지는 모르겠는데 그 때 배를 잡고 깔깔 웃었던 것만 기억나서
이런 구조물만 보면 그냥 웃음부터 난다.
뭐 드라마 몰래 본 건 할많하않
문제는 매번 아이리스를 DMB 로 몰래 본방사수 할 때마다 선생님들한테 걸린 거였다.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뒷통수를 딱 맞으면 딱 이병헌처럼 반응이 된다.
근데 그것도 20화 내내 그러고 있으니 샘들도 그럴려니 하고 눈 감아 주시더라~ 카더라~
뭐 이런 것들 말고도 많았다.
선생님 몰래 화장실 가기... 기숙사 10분 일찍 들어가기... 야식 시간에 치킨 엄마한테서 받아오기... 등...
당시에는 이게 그렇게 짜릿했고 정말 그랬던 것 같은 게
지금 읊는 순간들은 생생하게 회상된다.
저지르기도 전에 키득키득 거리면서 신나하는 ask맨이었던 잼민 시절의 나
오늘도 다시 한 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때 더 열심히 놀 걸,
더 열심히 친구들하고 보낼 걸,
좀 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일찍 배울 걸,
이라며 후회 아닌 후회가 되는 날이다.
언젠가 한번쯤 치열하게 살아본 경험이
평생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보며,
Hoc quoque transi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