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원 May 15. 2022

백온유,『유원』   

정신분석학적 비평관점으로 본 유원/ 프로이트의 꿈과 융의 집단 무의식


   유튜브를 보면 과거 방송이나 뉴스에 나온 이들의 근황을 살피는 영상들이 있다. 그들은 가지각색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또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을 응원하거나 바라보며 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카메라 처럼 어느 한 곳에 촛점을 맞추다 보면 반드시 무언가를 놓친다. 

  유원은 그렇게 우리가 놓친 사람에 대한 소설이다. 주요 인물이 청소년인 점, 유원 혼자 성장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내게는 기껍게 다가왔다. 특히 현실속에서 자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공감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이 글이 소설보다는 다큐멘터리 처럼도 느껴졌다. 


 




백온유 장편소설 유원

  (정신분석학적 비평관점으로 본 유원프로이트의 꿈과 융의 집단 무의식)     

    

.정신분석학적 비평과 소설 유원 

     

)정신 분석학적 비평 


  정신 분석학적 비평은 작품 내 무의식 등에 관심을 두는 비평으로 작품 내적 형식이나 언어적 표현에 집중한 형식주의나 구조주의에 대한 반발로 출현했다. 인간의 무의식을 작가 자신이나 작품의 원인으로 파악하려 하며 작가의 창작 심리나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의 심리, 그리고 작품을 읽고 반응하는 독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소설 유원


  『유원』은 화재사고에서 언니와 아저씨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어린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후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유원은 자신의 구명으로 인한 언니의 죽음과 아저씨의 장애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유원을 피해자, 기적의 생존자로 보며 언니와 아저씨를 ‘희생’, ‘의인’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유원은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고픈 마음을 늘 지니고, 때로는 자신이 언니와 아저씨를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학교 옥상에서 만난 수현과 그의 남동생 정현으로 인해 심적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프로이트와 유원의 꿈      


프로이트   


  프로이트는 심리학적 병근을 푸는 열쇠가 꿈에 있고 꿈의 내용은 과거에 있었던 체험이 상징의 형태로 나타난다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정신 체계를 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분했는데, 정신적으로 건강한 이는 이가 통일되고 조화롭게 작용한다고 했다. 이때 이드는 쾌락원리로 내적 혹은 외적 자극으로 인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기능을 한다. 자아는 현실원리로 욕구만족의 조건 발견 전까지 방출을 보류하는 기능을 한다. 마지막으로 초자아는 도덕원리로 이상과 완성을 지향한다. 주인공 유원은 건강하지 못한 정신 체계를(기능 부재) 가지고 있는데, 이 소설은 이 정신 체계가 제 기능을 바로 하게 되는 과정을 서술해 청소년 소설의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신 체계 각 부분마다 나타나는 영향과 그 영향을 주는 계기, 인물을 서술하고 별도로 작 중 나타나는 꿈으로 유원의 욕망과 정신 체계의 변화를 서술하고자 한다.     



*유원의 정신체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들     

 

 ① 이드-수현 

  작 중 유원은 ‘11층 이불 아기’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알려져 있어 많은 관심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사람들의 시선과 아저씨의 요구, 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나는 왜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대상에게 사나운 마음을 갖는지.”

  나는 나를 살린 우리 언니가 싫어나는 나를 구해 준 아저씨를 증오해.”

 

  이처럼 물이 가득 찬 담과 같은 상태로 인내하며 사는 유원에게 수현이 나타난다. 수현은 유원의 증오 대상인 아저씨의 딸로, 아버지는 의인이 아니었다고 원래부터 과도한 것에 집착하는 인물이었다며 유원이의 죄책감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수현은 현재이자 과거 유원이 했던 아저씨에 대한 증오를 이미 한번 했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유원에게 아저씨의 접근을 막으며 유원과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한다. 유원은 수현으로 인한 변화로 아저씨의 방송 출연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의인과 피해자 관계를 벗어나고 싶다.’란 욕망을 방출한다. 또 수현이 찾아준 언니의 책을 읽고 자신에게서 언니를 투영해 보는 신아에게 나는 언니가 아니라고 하며 ‘오롯한 나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다.’라는 욕망을 방출한다.     


자아-정현  

  유원은 참는 것이 일상화가 된 사람이다. 발끈하는 일이 잦지만 이는 대부분 내면에서 멈춘다. 늘 외적으로 제어하느라 내면과 불일치로 일어나는 답답함과 함께 바른 제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유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정현이다.     


  어쩌면 정현은 자신이 안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나와 엄마에게 끊임없이 증명하며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수현과 달리 정적이며 유원과는 역의 상황으로 많은 인내를 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정현은 음악이나 영화 등의 취미로 건강한 제어 기능을 지녔는데, 유원은 수현과의 시간으로는 방출, 정현과의 시간으로는 안정을 취해 바른 제어기능을 되찾아간다.

     

초자아-사회와 부모님 


아기야하늘이 널 도왔나 보다건강하게 커서 너도 꼭 다른 사람 돕고 살아라.”     


  사회와 부모님은 유원의 구출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사회와 부모님은 유원 언니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이라고 부르고, 아저씨를 ‘호인’, ‘의인’으로 부른다. 부모님은 아저씨에게 돈도 빌려주고 언제든 머무르게 해주며 어려운 상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영향으로 인해 유원은 아저씨가 지금까지 과도한 요구를 해왔음에도 자신이 아저씨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유원의 꿈 

  유원의 꿈은 작중 짧게 여러 번 등장한다. 꿈은 유원의 어릴 적 사고에 대한 공포와 그 사고로 인한 지속적인 고통, 그리고 앞의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상향을 의미한다. 첫 번째 꿈은 작품의 시작점이다. 유원은 엄마가 굽는 생선의 연기로 인하여 꿈에서 깬다. 유원은 화재와 낙하를 모두 겪었음에도 화재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을 꿈에서 알 수 있다. 또 언니의 죽음에 대한 갈등이 극에 치달았을 때는 십이 년처럼 집이 불타올라 자신만 남는 꿈을 꾼다.     


  아는 꿈이었다나만 빼고 모든 것을 재로 만들고서야 꺼지는 꿈”   

   

  어린 시절 겪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려주는 동시에 당시 없었던 부모님이 잠든 방까지 모두 태우는 꿈은 가족들이 언니를 기억하는 한 유원이 자신이란 하나의 존재만으로 있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후 유원은 검은 새가 되어 언니를 바라보는 꿈을 꾼다. 받아주겠다며 날개를 펼치지만 결국 틀렸음을 깨닫는 꿈은 위의 꿈과 같은 배경인데, 이는 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유원에게 있지 않음을 상징한다. 불을 낸 이가 따로 있음에도 사람들은 유원을 살리기 위해 언니가 죽었다고 말한다. 이 꿈을 통한 유원의 작은 성장은 마지막 꿈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꿈은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 아니다. 결말에서 유원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아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는 ‘너는 어릴 적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높은 것을 무서워할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부순 유원의 모습이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원은 하늘에 떠있으며 순간 어떠한 존재나 이미지가 덧 씌워진 것이 아닌 온전한 자신을 느낀다. 그러한 자신에게 패러글라이더는 조용해서 주무시는 줄 알았다 말하고 유원은

  그랬나 봐요잠시 꿈을 꿨나 봐요.”라 답한다.

  유원은 앞에 자신을 괴롭게 했던 불이 나오는 꿈이 아닌 자신을 바로 정립하는 새로운 이상향인 꿈을 꾼다. 이는 이드, 자아, 초자아의 기능 회복으로 성장한 유원이며, 이때 유원은 이 정신 체계를 온전히 느낀다.     



.유원과 융의 집단 무의식 (유원의 컴플랙스와 그림자)     


)유원의 컴플랙스 (페르소나)     


  나부터가 나라는 존재를 너무 이용하니까.”

  그 눈빛 안에네가 다른 애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려고 하면 될 것 같냐는 말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유원은 가정 밖에서 크게 두 개의 페르소나를 보이는데 하나는 ‘사고 피해자’ 고 하나는 ‘착한 아이’ 다. 피해자는 유원에게 측은함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유원이 필요에 의해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착한 아이는 무엇이든 잘하는 언니의 죽음과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니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의견에 유원이 종속된 것이란 점에서 둘은 차이가 있다. 콤플렉스가 아동기 초기의 외상성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유원의 콤플렉스는 후자이다. 유원은 언니가 행동했던 것처럼 대회도 나가고 공부도 하지만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또 아저씨에 대한 부채감에 진로를 복지와 의료로 정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콤플렉스로 수현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유원은 결국 자신을 찾아간다. 청소년 소설인 만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유원과 쉬이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 지어지는 것에 대한 갈등은 청소년 독자의 내면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원의 그림자

 

  『유원』에는 단 두 번만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유원의 같은 반 친구 이상인이다. 이상인은 반 아이들과 접점이 없고 하루 종일 자기만 하는 친구이다. 유원은 적당히 편의를 위해 어울릴 것이지, 왜 혼자 있는지 이상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원 또한 점심시간마다 혼자 있을 곳을 찾아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유원의 변화 이후 유원이 이상인을 깨우자 이상인은 

  유원너 나한테 처음으로 말 걸었네.” 말하며 앞으로도 깨워달라며 부탁한다. 처음 등장 당시 수현의 깨움에 일어나지 않은 인물인데도 말이다. 이를 통해 이상인은 유원의 내면 깊은 곳, 즉 그림자를 보이는 인물인 동시에 유원이 변화로 인하여 그림자를 자각해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 가능하다.           



.결론      

  유원은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형성되어 버린 페르소나에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을 둠으로써 청소년 독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드러낸 작품이다. 페르소나는 외적으로 좋게 보일수록 내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개인은 자신의 그림자와 공존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유원의 성장으로 잘 보이고 있다. 또 도덕적인 이미지가 강요적으로 다가왔을 때의 모습을 보여 그것이 절대 선이 아니며 탈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전했다. 이러한 점에서 유행하고 있는 ‘부캐’와 같이 다양한 페르소나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작품이라는 판단을 했다.     



*참고문헌 

-이명재, 오창은, 『문학비평의 이해와 활용』, 경진, 2017

-백온유, 『유원』, 창비, 2020     


작가의 이전글 최윤,『소유의 문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