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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딕 다이어리 Jul 20. 2023

하얀 밤, 북유럽의 하지축제

덴마크의 하지축제 , Sankt hans 상트한스


유월의 마지막 주, 한국에서 돌아온 여독이 미처 풀리기도 전 우리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한 달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덴마크, 가기 전 깨끗하게 정리해두고간 집은 늘 그렇듯 우리를 푸근하게 반겨주었다. 매일 매일이 즐거웠지만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조금씩 집이 그리워질때 즘 우리는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느낄수 있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들리는 이상한 언어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나의 의식이 이 곳으로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한다. 돌아온 다음 날이 마침 하지 축제라는 걸 깨닿곤 놓칠새라 얼른 집을 나섰다. 한해 중 낮이 가장 긴 날,  미드섬머를 축하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로 도시 곳곳이 분주하다.  덴마크어로  Sankt Hans (상트한스), 세레요한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자 이전부터 이어져 오던 여름 축제로 원래는 악을 쫒는 관습을 행했던 전통이 지금은 형태를 달리해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펜하겐과 덴마크의 작은 마을들 곳곳에서 이루어 졌지만 다른해에 비해 날씨가 건조한 탓에 불을 피우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 보였다. 










매년 이 축제로 가장 인기있는 곳이라면 아마 Tivoli (티볼리 정원)과  Amager strandpark (아마 해변)이 아닐까. 올해도 큰 규모로 준비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 조용한 곳이 낫겠다 싶어 시내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와 같이 축제 전 날부터 축하하는 전야제로 대부분 밤 아홉시 혹은 열 시정도에 시작되어 늦도록 이어지기 때문에 가기 전에 한 숨 돌릴 만한 곳을 찾아보다 널직한 공원인 Kongens have (콩스하우)로 걸음을 옮긴다.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 여름이면 우리의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곤 했는데 평소 푸르르던 정원이 건조했던 날씨때문인지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있었다. 커다란 나무 밑에 편안하게 등을대고 누워 눈을 감아본다. 재잘거리는 소리와 살랑거리는 바람, 새삼 이 곳에 돌아온 게 실감난다.





여느때와는 다른 들뜬 분위기, 축제에 가기 위해 두 손 가득 맥주를 들고오는 사람들 틈을 지나 Ofelia plads (오펠리아 플라스)로 향하는 길,  덩달아 설레는 기분이 든다. 덴마크 여왕의 거처인 아멜리엔보르 (Amalienborg)를 거쳐 광장에 다다르자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리를 잡으려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 광장은 이미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느새 서늘해진 날씨에 담요를 두르고 맥주를 홀짝이며 기다리는 사람들, 그 틈을 비집고 서 있을 곳을 찾는다. 






시간이 되어가자 관중석이 고요해지고 축제를 여는 연설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 개인 요트를 타고 온 이들이 일렬로 줄지어 구경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으론 A(dmiral) 아드미랄 호텔 창문으로 얼굴만 빼꼼 내민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연설이 끝나자 이어지서 한여름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불을 붙이기 위해 기다리던 배가 천천히 장작쪽으로 다가기 시작하고 여름 축제를 빛내는 노래인 Midsommervisen (미드서머비슨)을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이 노래는 홀거 드라만 (Holger Drachmann)의 시 중 한 구절로 매 년 하지축제때마다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하지를 축하한다. 




Den er bunden af sommerens

hjerter så varme, så glade

Vi elsker vort land

Men ved midsommer mest

Når hver sky over marken velsignelsen sender

Når hver af blomster er flest


여름의 끝자락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행복해
우리는 우리의 나라를 사랑해

특별히 한 여름엔, 

들판위의 구름들이 축복을 보낼때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때 














피워둔 장작에서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여기 저기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이 환호성. 다시 한 번 다가온 뜨거운 여름을 축하하며 'God Sankthansaften!'을 외친다. 절기를 통해 지나치기 쉬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한국이나 덴마크나 다 같지 않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 아직도 밝은 하늘을 보며 한 해의 가장 긴 날을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축하해본다. 그렇게 다시 조금씩 조금씩 짧아질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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