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67번.
누보로망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향성"은 물리적, 화학적 외부 자극에 유동적으로 반응하는 생물의 경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물도 줄거리도 없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감각적 독서'의 길을 선사해줍니다. "갖가지 향성들이 내 모든 책의 살아 있는 실질을 이루었다." 작가의 말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그들'은 사물인지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는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입니다. '그들'은 이름이나 성격, 내력 등이 없는 개체들로, 변화무쌍한 "향성"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세포들을 이르는 대명사입니다. 이야기는 줄거리도 별다른 사건도 없이 진행되다가 끝이 납니다.
* 그들은 사방에서 솟아나는 듯했다. 약간 축축하고 미지근한 공기 속에서 피어나, 그들은 가만히 흘러 다녔다. 마치 벽들에서, 철책에 싸인 나무들에서, 벤치에서, 더러운 보도들에서, 공원에서 스며 나오듯이. (···)이상한 평안, 일종의 필사적인 만족이 그들로부터 풍겨 나왔다.
* 그녀는 침묵 속에서 듣고 있었다. (···)그녀는 꼼짝 않았다. 그녀를 둘러싼 온 집이, 거리 전체가 그러라고 부추기는 듯했고, 그 부동성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듯했다. 부동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 최고의 이해, 진정한 지성이란 바로 그것,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가능한 한 적게 요동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임이 확실해 보였다.
* 가끔은, 그녀가 기울이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침묵이 생겨났다. (···)충분하다. 이제 충분하다. 거기서 멈춰야 했다. 그래,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느끼는가, 저이가 있음을, 저이가 듣고 있음을 모르는가.
*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사방에서, 무수한 형태로, "못 믿을" 형태로, 사방에서, 삶이라는 것이 취하는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것은 지나가며 당신을 덥석 붙들곤 했다.
* 싱그럽고 어린 존재들, 순진무구한 존재들과 함께 있을 때 그는 고통스러운, 뿌리칠 수 없는 욕구를 느꼈다. 자신의 초조한 손가락으로 그들을 주무르고 싶었고, 그들을 만지고 싶었고, 그들을 자기 곁에 최대한 바짝 끌어 붙이고 싶었고, 그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 그는 자기 나이에 대해, 자신이 많은 나이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그들에게 즐겨 말했다. "너 할아버지가 없어지면 어떨 것 같니, (···)왜냐면 할아버지는 늙었거든. 알겠니, 굉장히 늙었단다. 그는 이제 곧 죽을 때가 맞을 거야.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 아이는 무엇인가에 눌려 감각이 멍멍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말랑말랑하고 숨 막히는 덩어리, 아이가 어찌할 도리 없이 빨아들이게 되는 것, 가만히 단단하게 죄어 눌리고 코가 살짝 꼬집혀서 저항할 도리 없이 삼키게 되는 것 -- 그것이 아이를 헤집고 들어왔다.
* 이제 그들은 늙었고, 완전히 닳았고, "부지런히 쓰이고 제 기한을 채워서 임무를 완수한 낡은 가구들" 같았고, 그래서 가끔 체념과 안도감이 가득한, 삐걱거림과도 같은 건조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놈의 늙은 뼈마디들, 늙어 가는 거지. 아!"
* 그들은 아무것도 더 요구하지 않았다. 이것이었다. 그들은 그 점을 알았다. 아무것도 기다려선 안 되고, 아무것도 요구해선 안 되고,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고, 더는 아무것도 없었고, 이것이었다. "삶"이란. 다른 무엇도, 더는 무엇도 없다. 여기 아니면 저기, 그들은 이제 그 점을 알았다. 거스르고, 꿈꾸고, 기다리고, 노력하고, 도망가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저 주의 깊게 선택하고 (···)살아가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 여기 아니면 저기--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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